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헬륨풍선을 하늘 위로 띄우는 힘인 '부력'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부력은 공기나 물보다 가벼운 물체나 물질이 위로 뜨려는 힘을 말합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을 받는데요. 이 힘을 거스르고 위로 뜨는 이유는 물이나 공기같이 흐르는 물체(유체)가 떠받쳐주기 때문입니다.
물이나 공기 속에 있는 물체들은 중력과 부력을 동시에 받습니다. 그래서 중력이 더 크면 가라앉고 부력이 더 크면 떠오르죠. 보통 밀도가 작은 물체가 더 큰 부력을 받는데요. 같은 공간에 들어 있는 알갱이가 덜 빽빽해서 무게가 더 가볍기 때문입니다. 스티로폼 조각과 달리 쇠구슬은 물에 가라앉는데요. 스티로폼 조각의 밀도는 물보다 작고, 쇠구슬의 밀도는 물보다 크기 때문이죠.
헬륨은 우리가 아는 물질 중에서 두 번째로 밀도가 작습니다. 기압이 1기압이고 온도가 0도인 상태에서 1L짜리 헬륨의 질량은 0.1768g뿐이니까요. 참고로 가장 가볍다고 알려진 수소는 같은 조건에서 0.090g입니다. 그만큼 1L라는 공간을 채우는 알갱이가 적은 셈이죠.
반면 지구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는 밀도가 큽니다. 1L의 질소는 1.251g, 산소는 1.429g으로 수소나 헬륨보다 무척 무겁죠.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와 21%를 차지하는 산소는 밀도가 크므로(무거우므로) 중력을 더 많이 받게 됩니다. 헬륨풍선의 밀도는 작으므로(가벼우므로) 중력을 덜 받게 되고요. 대기 중에 있는 헬륨풍선은 마치 물속에 넣은 스티로폼 조각처럼 부력을 받아 위로 뜨는 거죠.
지구뿐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도 몇 가지 조건만 만족한다면 헬륨풍선은 떠오를 수 있습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정도로 작습니다. 하지만 달에는 지구처럼 공기가 없습니다. 헬륨풍선을 떠받쳐 줄 유체가 없는 거죠. 그러니 달에 놓아 둔 헬륨풍선은 중력만 받고 부력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달에서 헬륨풍선을 날리면 마치 납덩어리처럼 달의 바닥에 떨어지게 된답니다.
반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헬륨풍선이 떠오릅니다. 이곳에는 공기가 있고 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SS에는 중력이 없습니다. 헬륨풍선을 떠받치는 유체만 있을 뿐 중력이 없는 이곳에서는 헬륨풍선이 한자리에 멈춰 있을 겁니다.
화성에는 중력이 있습니다. 지구보다 3배 정도 작지만 공기를 잡아둘 정도는 됩니다. 덕분에 화성에는 아주 작은 양의 공기가 있습니다. 화성 지표면 근처의 기압은 0.006기압 정도 된다고 합니다.
또 화성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는데요. 지구와 같은 조건에서 이산화탄소 1의 질량은 1.976g입니다. 산소와 질소보다 훨씬 밀도가 큰 것이죠. 당연히 헬륨보다도 밀도가 큽니다. 따라서 화성에 놓아 둔 헬륨풍선은 부력을 얻게 됩니다. 화성에서 헬륨풍선을 놓으면 하늘 위로 계속 올라갈 겁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자료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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