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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소리의 공명현상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06 16:54

수정 2014.11.20 12:43

KBS 스펀지 팀이 성악가, 보컬가수, 발라드가수, 개그맨, 판소리명창, 웅변가 등 각 분야의 목소리 대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목소리로 와인 잔을 깨뜨리는 실험에 도전했죠.

모든 물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떨림의 정도(고유진동수)가 있답니다. 소리가 공기를 타고 물체에 전달될 때, 소리의 떨림이 물체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면 큰 울림이 나타나고 물체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공명현상'이라고 합니다.

공명현상을 일으켜서 와인 잔을 깨뜨리려면 우선 자신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지속해 목소리의 떨림 에너지를 와인 잔의 고유진동수와 일치시키는 점을 찾아야 합니다. 끈기 있게 소리를 질러야 와인 잔이 점차 큰 떨림으로 울려서 깨져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참가자들이 목소리를 힘껏 높여도 와인 잔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목소리로 와인 잔 깨기' 도전자는 남자 발라드 가수 한 명만 남았죠. 그는 세 시간 반 이상 소리를 지르다가 어느 순간 와인 잔의 테두리가 크게 요동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다시 호흡을 고르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 와인 잔의 유리벽에 금이 가면서 쨍∼ 소리를 내면서 깨져버렸죠. 소리는 진동이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 번 더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공명현상은 실생활에서도 발견됩니다. 농구선수들이 운동을 할 때 공이 튀어 오르는 진동주기와 손의 움직임이 정확히 일치하면 손목의 작은 힘만으로도 공을 계속 튕길 수 있어요. 바로 공명 때문이죠.

그렇다면 소리를 질러서 다리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줄에 매달려 있는 '현수교'를 예로 들어 볼까요. 소리가 다리의 상판에 전달되면, 현수교가 매달린 줄의 길이에 따라 흔들리게 됩니다. 이때 소리의 떨림 진동주기가 다리의 흔들림 주기와 일치하면 점차 소리가 울려서 에너지가 모아져요. 다리의 흔들림이 점차 커지면 다리의 상판이 뒤집히고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가설이 성립해야 합니다. 우선 소리의 떨림 주파수는 반복되는 주기가 아주 낮아야 합니다. 부피가 큰 다리의 흔들림과 맞추기 위해서죠. 또 현수교 옆면에 소리의 진동이 잘 전달되도록 소리가 넓게 퍼져야 해요. 현수교의 다리 상판과 현수교를 매달고 있는 줄도 쉽게 비틀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답니다.

그렇다면 우주공간도 '공명'현상이 있을까요? 1950년대에 활약한 독일의 우주물리학자 '슈만'은 지구의 주파수인 '슈만공명주파수'를 발견했습니다.
이 주파수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상공 55㎞까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 사이를 공명하고 있는 주파수로 지구가 우주와 교감해 우주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주파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주파수대가 7∼10Hz인 '슈만공명주파수'가 사람 뇌파의 평균 주파수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활동할 때 뇌파는 슈만공명주파수보다 높은 베타파 상태가 되지만, 가만히 쉬거나 명상할 때는 슈만공명과 같은 알파파 상태가 됩니다. 이때 우리는 더할 수 없는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소리의 공명현상을 이용하면 작은 소리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걸 잘 알았죠? 이런 현상들을 잘 이용하면 소리를 실생활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글: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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