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Money?] 유로 빈자리 메운 중국 자금의 힘

"유럽 자금의 이탈로 생긴 공백이 중국자금 덕분에 메워지고 있습니다만 외국계 자금이 지나치게 채권에 집중될 경우 금리정책이 마음대로 안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소리 없이 몸집을 불려온 차이나 머니가 계속해서 덩치를 키울 경우 통화 및 환율정책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차이나 머니는 유럽계 이탈 자금을 대신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왕서방'의 채권·주식 사랑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유럽계 자금에 신경 쓰는 동안 막대한 중국 자금은 순식간에 국내 채권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은 달러 보유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 미국에 집중했던 '화력'의 조준점을 한국으로 돌렸다. 금융위기를 지난 직후 2009년만 해도 차이나 머니의 채권투자액은 1조7929억원. 올 1∼10월 채권 투자액이 3조5048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약 2배 규모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10월 기준 국내 채권을 보유한 외국 자금 중 차이나 머니의 비중은 12%로 미국, 룩셈부르크, 태국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외국인 채권 보유 비중에서 3%에 불과했다.
왕서방의 주식 사랑도 만만치 않다. 차이나 머니의 국내 주식비중은 1.1%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매수세를 바탕으로 거래 규모를 키우면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상당 부분 채우고 있다. 중국계 자금은 올해 11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2281억원을 순매수해 주식보유액이 4조764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8년 말 2742억원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4년 새 15배 증가한 것이다.
차이나머니의 국내증시 유입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이끌고 있다. CIC는 위탁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선정하고 한국투자펀드를 조성했다. CIC가 한국을 아시아 펀드나 신흥국 펀드 안에서 배분 대상이 아닌 단일 국가펀드로 분류한 것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CIC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계속 늘어날 것을 시사한다.
■증시변동성 높이고 정책 발목 잡나
중국이 한국에서 사들이는 채권은 대부분 국고채 3년물에 집중돼 있다. 중국계 자금이라도 달러로 들어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특히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자금의 이탈로 자칫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공백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차이나 머니가 이런 우려를 상당 부분 메워주고 있다는 것.
그러나 차이나 파워가 커지면 커질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자칫 통화 및 환율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원의 가치를 낮추려 해도 약발이 듣지 않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도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국채시장 규모가 340조원 규모인 데 비해 중국이 보유한 채권이 약 10조원 정도여서 아직 통화정책에 부담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막대한 자금 규모로 볼 때 국내채권 시장의 장악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외화 3조2000억달러(약 3609조원)에 비하면 국내 채권 보유액(10조741억원)의 비중은 약 0.3% 수준. 보유 외환의 1%인 36조원만 투자해도 국내 국채 시장의 10%를 넘는다.
국내 증시에서도 CIC에 이어 중국 자산운용사 등 민간 부문이 한국 투자에 가세할 경우 차이나 머니는 국내 증시를 좌우할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 5대 증권사 중 한 곳인 자오상증권이 지난달 1일 서울국제금융센터의 첫 번째 오피스빌딩인 ONE IFC에 한국사무소를 차렸다. 2년 전 한국사무소를 설치한 선인완궈증권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증권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이들은 중개업무를 직접 취급하지 않고 한국시장 상황파악을 위한 정보수집에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한국 증권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구축에 나선 이상 향후 본격적인 국내증시 진입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안승현 김학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