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의 산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구세계나 미국, 칠레 등 신세계를 떠올린다. 그러나 와인 산지가 고작 10여개국밖에 안될까. 사실 와인은 오랜 역사를 지닌 술인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양조되고 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담그던 포도주도 와인의 한 계통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수천만종에 달하지만 이 중 국내에 소개된 와인은 1만여종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국가에서도 와인은 숙성되고 있다.
■6000년 역사 지닌 중동 와인
이스라엘은 지중해성 기후와 고원, 사막을 갖고 있어 포도를 경작하기 유리하다. 이런 천혜의 조건으로 인해 와인 제조 역사는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2000년 이상 빠른 6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100개가 넘는 와이너리들이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주요 와인 산지로는 기독교의 성지인 갈릴리가 있다. 유명 와인 작가인 휴 존슨은 "갈릴리 고한지대와 골란 고원의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들이 이스라엘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고 격찬한 바 있다.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스라엘 와인으로는 레뱅드매일이 수입하는 '야르덴 카베르네 소비뇽'이 유일하다. 이 와인은 지난해 이탈리아 와인박람회에서 그랜드 골드메달을 수상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레바논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어 당도 높은 포도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레바논 와인의 역사는 고대 페니키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에 와인을 전파한 것이 페니키아인들이며 그들이 수출한 와인이 바로 레바논 와인이다. 현재도 레바논 와인의 65% 이상은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 수출된다.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레바논 와인은 '샤토 무사르'가 있다. 샤토 무사르는 레바논의 주요 와이너리 중 하나인 무사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50년 이상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와 최소 7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가진 후 출시된다.
샤토 무사르는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30년간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타이방(TAILLEVENT)에서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전설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남미의 열정을 담은 우루과이 와인
대서양 연안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위치한 우루과이에서도 와인이 생산된다. 우루과이의 와인 생산은 스페인 식민시절인 18세기부터다.
당시 우루과이에 타낫(Tannat) 품종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포도 재배가 시작됐다. 타낫 품종은 우루과이 와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으로 포도품종 중 폴리페놀 함량이 가장 높다.
올빈 와인이 수입하는 '프렐루디오'는 타낫을 비롯한 6가지 포도 품종을 조화롭게 블렌딩한 우루과이 와인이다. 이 와인은 작황이 좋은 해에만 전량 손으로 수확해 제조하면서 우루과이 대통령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와인박람회 빈이탈리아(Vinitaly) 최초로 비(非)이탈리아와인 중 대상을 차지한 와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구세계, 오스트리아 와인
과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와인 대국들의 그늘에 가려 '새로운 구세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와인은 최근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공략하면서 와인 시장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일조량이 풍부한 여름과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가을은 포도 나무가 잘 생장하며 포도에 충분한 당분이 형성되도록 도와준다. 오스트리아를 감싸 안은 노이들레제 호수와 도나우 강은 뜨거웠던 낮의 열기를 식혀주어 신선하고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오스트리아 와인 생산량의 70%가량을 화이트 와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30% 이상이 화이트 와인 품종인 그뤼너 펠트리너로 생산된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인 그뤼너 펠트리너는 과일향과 미네랄향이 풍부해 가볍고 달콤한 스타일이 아닌 화이트지만 레드와인 못지않은 보디감을 자랑한다.
와인수입사 수미르 와인이 국내에 소개한 '라벤스타인 그뤼너 펠트리너'는 50년 된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그뤼너 펠트리너 100%로 만들어진다. 맑고 밝은 색상을 띠며 경쾌한 산미감과 유질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사과, 파인애플 등 과실향과 상큼함이 코끝에 감돌면서 꽃 향과 허브 향이 은근히 피어난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구세계와 신세계는 와인 생산지를 구분하는 용어다. 구세계(Old world)는 오래전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를 말한다. 미국, 칠레, 뉴질랜드, 호주 등 유럽 외의 국가를 신세계(New world)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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