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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국토도시디자인대전] 대통령상/충북 충주시-달천역 문화디자인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06 16:32

수정 2014.11.03 09:09

충북 충주시는 버려진 폐역사에 국비와 시비 2억원을 들여 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달천역을 간이역에서 색깔 있는 문화역으로 탈바꿈시켰다. 폐역사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충주시 이류면 만정리의 달천역 전경.
충북 충주시는 버려진 폐역사에 국비와 시비 2억원을 들여 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달천역을 간이역에서 색깔 있는 문화역으로 탈바꿈시켰다. 폐역사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충주시 이류면 만정리의 달천역 전경.

물 맛이 달다 하여 달래강, 달천강이라고 부릅니다.

약 60년 전 달천강 위로 철교가 놓이고 새로 만들어진 달천역에 기차가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시커먼 석탄을 실은 기차가 역에 멈추고 아침저녁 비둘기호를 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시고 아버지, 어머니가 학교에 다니셨습니다.

달천역 앞에 큰 도로가 나고 자가용이 늘면서 기차는 줄어들었습니다.


어느덧 달천역에는 더이상 멈추는 기차는 없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조용한 간이역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기차들을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2012년 환갑의 나이에 달천역은 '문화역 달천'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오랜 세월 그리움으로 남은 고향의 모습을 간직하며 문화를 담습니다.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 다시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달천역에서 문화를 꽃피우고자 합니다.

'간이역 오감도'의 저자 신명식씨가 쓴 달천역 소개글의 일부다. 60여년 달천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달천역은 충북 충주시 이류면 만정리에 있는 충북선 정거장이다. 지난 1951년 보통역으로 출발해 1978년 지금의 역사가 지어졌다. 수십년의 세월 동안 주민들과 삶의 애환을 같이했으나 교통의 발달로 찾는 이가 줄어들면서 외로이 자리를 지키다 2010년 11월 사람이 타고 내리지 않는 무정차 간이역이 됐다.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만드는 문화공간

달천역을 가본 사람이나 충북선 기차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구간의 역사는 다 비슷비슷한 모양새다. 건물만 봐서는 구분조차 하기 힘들다. 달천역도 특출할 것 없는 시골역 가운데 하나다.

충주시는 달천역의 공간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간이역 문화디자인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국비와 시비 2억원을 투입, 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9월 '달천역 문화디자인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리모델링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냥 방치돼 흉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시골의 무인역이 이렇게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문화소외 지역의 주민이 문화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예술, 문화, 휴식이 공존하는 문화공간 조성을 하는 것이다. 다음은 문화공간에 들어갈 문화콘텐츠를 지역주민이 스스로 개발해 지속가능하고 즐거움이 있는 문화역 달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문화단체와 주민이 문화콘텐츠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수급자와 공급자의 연계를 통한 능동적 참여 구조를 형성하고,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문화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예술작가에게 작품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문화혜택의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다.

■간이역에서 색깔 있는 문화역으로

'문화역 달천'은 문화활동, 전시회, 영상체험을 할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과 함께 공예 등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실이 꾸며졌으며 역 광장은 야외공연과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마을주민, 지역 예술가, 학생, 전문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달천역을 주민과 방문객들의 휴식처, 문화공간, 배움의 장소, 주민들 간의 소통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관리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지역 예술인이 상주하면서 시설관리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외부공간은 건물의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정면) 마감을 새로 해 기존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투박함을 개선했다. 또 그늘이 있는 파고라(사방이 트여 있고 골조가 있는 지붕이 있어서 햇볕이나 비를 가릴 수 있으며 앉을 자리가 있는 시설물) 등 휴게시설을 설치해 주민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목적으로 쓰이는 무대를 통해 마을의 커뮤니티활동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장소로 꾸민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실내공간의 경우 기다림의 장소였던 대합실은 주민들이 만나서 커뮤니티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개방공간으로 활용된다. 단절됐던 대합실과 역무실이 물리적·시각적으로 소통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예전 간이역의 추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 전시와 함께 예술가의 작품과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공유하는 공간'도 조성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지역공간의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공공공간 디자인을 통한 지역주민의 문화 참여 촉진, 커뮤니티 활성화, 문화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잊혀진 공간이 재생된다"며 "개발단계에서부터 활용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민참여 방식으로 참여에 의해 문화콘텐츠가 발생하고 지역의 예술작가들이 참여해 소외된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13 국토도시디자인대전] 대통령상/충북 충주시-달천역 문화디자인

■수상소감/이종배 충주시장 "달천역, 주민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

옛 추억이 묻어 있는 노후화된 철도역사가 문화디자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달천문화역이 '2013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토디자인 선진화를 위해 본 행사를 주최하신 파이낸셜뉴스와 국토교통부 및 본 사업을 주관하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관계자, 담당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에 떠오른 중요한 화두가 '디자인'과 '문화'였습니다. 특히 디자인은 많은 지방자치단체 경쟁력의 중요한 전략산업이며 우리 주변의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한 도시의 문화적 자긍심의 원천으로, 그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돼 세계 선진도시는 물론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디자인을 키워드로 삼아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충주시도 이 같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디자인 기반조성을 위해 '디자인.경관 기본계획 및 가이드라인 수립' '가로시설물 디자인매뉴얼 개발' '색채 가이드라인' '관아골 경관상세계획' '구도심권 도심재생 마스터플랜' 등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왔습니다.

깨끗하고 매력 있는 충주만의 도시환경개선으로 지난 8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함으로써 전 세계에 충주의 이미지를 알렸으며 디자인 파급을 위해 관아경관개선사업, 달천역 문화사업, 관학협력으로 지역개발디자인 사업을 추진, '대한민국 중심고을' 충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재탄생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 수상하는 달천역 문화공간입니다. 달천문화역은 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며 주민들 간에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해주는 하나의 구심점이 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충주시는 도시재생 및 도시디자인 사업에서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새로운 희망, 일등 충주'를 만들겠습니다.

[2013 국토도시디자인대전] 대통령상/충북 충주시-달천역 문화디자인

■심사평/이유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주변환경과 조화 생각한 디자인 인상적"

충북 충주시 '달천역 문화디자인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무정차 간이역으로 전환된 달천역의 실내 및 옥외공간을 '문화가 정차하는 문화역 달천역'이라는 주제 아래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주민들에게 환원한 작품이다. 물리적인 공간 조성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문화프로그램을 개발, 지속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충주시는 폐역사가 된 간이역인 달천역의 활용방안을 신속히 수립해 문화생활에서 소외돼왔던 지역사회에 주민의 협력으로 작지만 효과적이고 아름다운 문화시설을 조성했다. 특히 2억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한 점과 실행 가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사회에 기여한 점이 상당히 모범적이다.

건축물의 전면 파사드에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활용해 재미있고 독특한 문화공간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이는 새롭게 탄생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함께 고려한 적절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뒷마당에 설치된 카페는 이용자들이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만남의 장소 등 다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앞마당에는 위트 있는 디자인의 아트벤치와 작은 무대를 설치해 마을의 커뮤니티 활동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대합실에는 책의 형태로 패널을 설치해 달천역의 역사와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하고 접착메모지를 통해 메시지를 남겨 소통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장소를 연출했다.


'달천역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의 과정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 주민 간의 공통된 이해를 모으고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시설 조성 이후에도 상주인원을 배치해 관리와 유지에 노력하고 있으며 인접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교훈적이다.
이번 대통령상 수상과 함께 '문화역 달천역'이 충주시의 지역문화공간으로서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충주시의 후속적이고 구체적인 전략개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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