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배고프다(I'm still Hungry)."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던 거스 히딩크는 16강행을 결정지은 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룩했다. 4강까지 끌어올릴 수 있던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은 '우리 선수들은 8강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결국 '꿈은 이루어졌다'.
이는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분석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우리 최고경영자(CEO)들이 바로 지금 다시 한 번 숙고해봐야 할 분석이다.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대한민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91위를 기록했다.
이들 두 기관이 회계투명성 순위를 평가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국가별 기업의 CEO 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특히 회계와 감사부문은 기업경영효율 분야 평가항목 중 단 1개의 설문항목으로 평가한다. 10% 남짓에 불과한 설문 회수율도 문제지만 국가대표 선수인 우리 기업 CEO들이 스스로에 대해 너무 박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회계투명성에서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다. 물론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선 '겸손은 미덕'이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지나친 겸손은 독(毒)이 될 수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