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감정수업 vs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3/12/26/201312261719289324_l.jpg)
망년회니, 송년회니 이런저런 모임들이 많은 때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마주앉아 그간의 인생살이를 털어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고, 상사나 거래처와 함께한 자리에서 분위기 맞추느라 일찍 뜨고픈 마음을 꾹꾹 억누르는 날도 있을 연말. 책 한 권 읽을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사정을 알면서도, 한 권도 아닌 두 권의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해를 넘기기 전에 꼭 읽어볼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상 되짚어보면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이성이 '있는' 존재일 뿐, 이성이 더 '강한' 존재는 아닌가 보다. 매번 이유를 생각하고 연인과 만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모든 행동의 영향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책vs책] 감정수업 vs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3/12/26/201312261719285991_l.jpg)
일반 독자들과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철학자로 불리는 강신주의 '감정수업'(문학동네 펴냄)은 오늘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라 말한다. '연민'이나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여자들, '질투'를 사랑의 증거라고 오해하는 남자들, '경멸'과 '멸시' 속에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 나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돈 버는 남편으로서, 공손한 며느리로서, 말 잘 듣는 자식으로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중요하다. 감정을 혼동하는 것은 삶의 혼동을 낳고, 결국 내 자신의 진짜 행복과는 다른 길로 나를 인도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도 한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의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나무의철학 펴냄)은 우리가 꾼 꿈을 통해 우리 내면의 무의식을 읽어낸다. '꿈 해몽'은 언제나 솔깃할 만한 이야기지만, 정신과 전문의의 꿈 이야기는 당연히 그 결이 다르다.
인간은 의식이 깨어 있는 시간에는 자신을 다양하게 포장할 수 있다. 싫어도 좋은 척, 곤란해도 괜찮은 척, 체면이라는 옷을 입고 제 속을 숨긴다. 하지만 밤이 되어 찾아오는 꿈의 습격은 그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다. 꿈은 무방비상태로 잠에 빠진 우리 마음속을 꿰뚫고 들어와 셔터를 누른다. 꿈이 찍어낸 인화지 안에는 우리가 평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무엇을 애써 감추고 부정하려 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꿈 속에서 무의식이 보내는 코드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우리를 해석의 길로 안내한다. 화장실이 나오는 꿈은 무슨 뜻인지, 집에 가는 길을 잃는 꿈은 무슨 뜻인지…. 다양한 사람들의 꿈 사연을 통해 해석의 방법들을 점차 습득하게 되고, 점차 내 꿈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내가 현재 겪고 있는 갈등, 고민을 해결할 열쇠를 찾게 되는 셈이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서도 한 해를 되짚어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혹여나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이 두 권의 책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인문학이란 이름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을 넘어 우리의 내면으로 다가왔으며, 나의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에 대한 충실한 조언을 건네고 있다.
김성광(예스24 인문사회 담당 MD)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