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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영’ 경험 김남일 “월드컵 전 대패, 얻는게 더 많아”

‘오대영’ 경험 김남일 “월드컵 전 대패, 얻는게 더 많아”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대패는 분명 잃는 것보다 얻는게 더 많다”

‘오대영’을 경험한 김남일(37·전북 현대)이 4일 최근 축구대표팀의 잇따른 패배에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올 시즌 전북에 새 둥지를 튼 김남일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전지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남일은 최근 ‘홍명보호’의 평가전 참패(1월 30일 멕시코전 0-4패, 2월 2일 미국전 0-2패)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남일은 0-5 패배의 수모를 겪은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8월 15일,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서의 일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김남일은 실점의 빌미가 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김남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죽고 싶었다. 백패스로 실점했을 때 경기를 뛰면서 ‘나는 여기서 끝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남일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도 체코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 번도 김남일의 실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김남일은 “그 상황에서 고마웠던게 감독님이 나를 90분 동안 믿어주신 것이었다. 내가 교체돼 나왔다면 내 축구인생은 끝났을 것이다. 풀타임을 뛰고 이후에도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패를 경험해본 사람이 대패를 당한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법이다. 김남일은 멕시코, 미국과의 2연전을 지켜보며 대표팀 후배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을 누구보다 잘 헤아렸다.

그는 “전반에 2, 3골을 먹으면 정말 경기를 하기 싫다. 시간만 보게 된다. 후반에 더 실점하면 자기 컨트롤이 안된다. 조직력이 결코 살아날 수 없다.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에겐 위기가 기회였다. 체코전 대패의 충격을 딛고 일어난 김남일은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해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김남일은 소중했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어했다.

평가전 대패가 홍명보호에 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는 “내가 실수했을 때 감독님이 믿음으로 자신감을 주셨다. 나에게는 그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됐다. 미리 대패를 한 경험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낳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어 “대패를 당하게 되면 선수단 사이에서 위기의식이 생긴다. 오히려 배포도 생기게 된다. 큰 경기에 나가도 위축되지 않게 된다”면서 “더 큰 점수차 대패가 됐어도 괜찮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대패는 분명 잃는 것보다 얻는게 많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김남일의 말대로 최근 대표팀의 패배는 ‘평가전’에서의 패배일 뿐이다. 월드컵이라는 ‘최종 관문’을 앞둔 시점에서 오히려 약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패배를 몸에 좋은 약으로 삼기 위해서는 패배의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한편 김남일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해설자’로 나선다. 김남일은 KBS의 객원해설위원으로 전 대표팀 동료였던 이영표, 이용수 해설위원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김남일은 “선수 생활 경험을 토대로 시청자들이 접하지 않았던 생동감 있는 멘트를 전하면 신선할 것 같다”며 해설자로 나서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1) 권혁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