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임대소득 과세, 시장이 술렁인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월세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취지와 방향에서 합격점을 줄 만했다. 임대차시장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기울고 있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에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따른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적인 게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다. 취지는 옳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본다면 타당성을 놓고 시비하기 어렵다. 돈을 벌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세입자들의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기로 했으니 임대 소득에도 세금을 매겨야 세수에 차질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데서 터져 나온다. 술렁이는 임대시장이 그곳이다. 집주인 치고 임대 소득이 드러나는 걸 반길 이는 없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은 더 없다. 그런데도 선진화방안은 세입자의 연말정산 혜택을 늘린다며 월세이체 통장 등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집주인의 임대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이다. 한술 더 떠 2주택 이하, 임대소득 연간 2000만원까지는 분리과세 혜택을 주니 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다. 종합과세 대상인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아니면 세금에 크게 신경 쓸 것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은 공무원들의 무신경을 비웃고 있다. 월세 매물을 거두거나 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과세 여부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임대소득 노출에 대한 불안과 앞으로 안게 될 세금의 공포가 몰고온 부작용들이다. 폭등하는 전셋값을 잡고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내놓은 아이디어가 세금만큼 임대료를 더 뛰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눈앞의 혼란이 보여주듯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시장선진화는 고사하고 다주택자들을 잡는 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년 만에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 다주택자를 시장 회복의 한 축으로 삼았던 정책과도 어긋난다.
거액자산가들이 세금을 감추거나 떼먹는 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과세 조치로 소규모 임대사업자들을 단번에 궁지로 몰거나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고대 로마가 오랜 세월 강대국으로 버틴 배경의 하나는 납세자들이 납득할 만한 조세 제도에 있었다. 취지가 백번 옳다 해도 혼란을 줄이고 납세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