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②) 권력 쏠림 현상과 정치 과잉
입법 권한에 대한 권력 쏠림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 부동산, 제조업, 정보기술(IT) 등 전 산업분야와 연관된 정부 정책들이 번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들이 여야 간 정쟁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째를 맞은 시점에서 국회의 과잉 권력으로 인해 앞길이 막힌 대표적인 정책 사례는 우리금융 민영화다. 올해로 네 번째 시도되고 있는 이번 민영화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경남·광주은행 매각작업이 국회 파행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이들 지방은행 매각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최소한 2개월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13년 동안 회수하지 못한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회수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치권 대립에 막혀 삐걱대면서 지방은행 매각·인수 주체들은 여의도 정가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네 번째 지방銀 매각, 국회 권력 '희생양'
네 번째 시도되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해 7월 15일 지방은행 매각공고로 신호탄을 올렸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출발부터 불안했다. 매각공고가 나기 전부터 경남·광주 지역에서 '지역 환원' 주장이 거셌다. 실제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나서 "부산.대구은행이 인수하면 경남은행에서 도(道) 금고를 빼겠다"며 경제논리에 앞서 정치적 결단을 주문했고 광주에서도 지역 상공인이 모여 '지역 우선 협상권'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해 9월 23일 예비입찰을 마감했으나 경남·광주은행 매각 방식인 인적분할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소득세 등 6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의 열쇠가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지방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세금을 면제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11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조특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소유 및 경영권을 민간부문에 돌려줌으로써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며 시급한 과제'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조특법 처리 논의는 정치권의 지역 논리와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를 경남·광주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세금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들이 '지역환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남·광주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조특법을 처리하지 못한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2월 임시국회에서 조특법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이 같은 소식에 지방은행 매각작업은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정작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고 여야 간 잠정 합의는 정쟁 속에 묻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을 비방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트위터 글이 이슈가 되자 민주당 기획재정위 의원들이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조세소위가 무산된 것이다.
국회 기재위의 파행으로 조특법 처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무산된 탓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경남.광주은행의 분할기일을 3월 1일에서 5월 1일로 두 달 미루는 임시처방을 내렸다. 지방은행, 증권, 우리은행 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추진되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첫 번째 그룹 매각부터 국회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 매각은 당초 계획보다 2개월가량 연기되고, 향후 일정 역시 뚜렷이 결정된 것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정파 이익 앞세운 입법 권한, 경제 '발목'
비대해진 입법 권한의 부작용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대부분 처리되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700여개 법안이 계류돼 4월 임시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가운데 130여건은 민생관련 정책 법안이어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살리기라는 여야의 공통 어젠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지난해 7월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 편성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 대치를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미방위의 거듭되는 파행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원자력안전법 등 주요 법안 처리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 역시 여야 간 의견차로 법안 심사가 요원한 상황이다. 여당은 주택법 개정을 통해 공공주택 관련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들도 국회 관문에 막혀 있긴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연구개발(R&D) 및 정보기술(IT) 활용 촉진 등 서비스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학교 주변에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 진흥법' 등이 국회 법안 심사 테이블에서 배제되고 있다. 아울러 산업별 프로젝트 사업도 법안 미처리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요 항만을 활용해 크루즈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크루즈산업 육성 지원법' 전시.박람회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추진하는 경제정책 관련 법안들을 여야가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이 문제"라며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이 과도한 입법 권한을 남용하면서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