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②) 발묶인 법안 700여개.. 당리 앞에 국민 없다
'지방은 없고 중앙만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지방자치제'가 아니라 여전히 중앙에 예속돼 있다. 지자체의 부패와 비리도 문제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접근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다.
정당공천 폐지는 2012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그동안 기초선거에서도 정당공천을 받아야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직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초의원은 물론 시장, 군수까지 지역 국회의원이 후보 공천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공천 비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일부 지역은 기초의원이 현역 의원의 조직원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국회의원이 자기 선거에서 기여도를 기초의원과 구청장 공천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그 지역 '소통령' 역할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폐해는 모두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결과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간의 시선은 새누리당으로 향했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으로 유권자에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공천 혁명을 할 것"이라며 유지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기초선거는 지금이라도 대선공약을 지켜서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재차 요구했으며 같은 당 이인제 의원 역시 "긴 얘기 할 것 없이 우리 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란을 겪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곳은 정당공천이 사라짐에 따라 현 기초단체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돼 정치 신인이나 도전자들이 엄청난 낭패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또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선 공천을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즉 비례대표 후보는 공천을 하고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서 비례대표가 당선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공천을 하지 않으면 뽑힐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여야 모두 제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해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역시 철저한 준비 없이 정당공천 폐지를 내놓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 같은 이전투구는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의 목줄을 놓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