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부·3) 정치 개혁, 말로만 실험? 국민은 실행을 보고 싶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부·3) 정치 개혁, 말로만 실험? 국민은 실행을 보고 싶다

#. 한국 정치의 역사는 정치개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한 개혁 약속이 쏟아졌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 집중됐다. 정치개혁이 정치권 스스로 제살을 깎아 내는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무수한 정치개혁이 시도됐고 좌절됐다. 한국 정치에서 늘 제3인물이 부각되는 것도 기존 정치세력들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이 흉내내기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성정치에 희망이 없다고 국민이 좌절한 그 지점에서 제3인물이 높은 지지율로 부상하곤 했다. 정주영, 이인제, 문국현, 최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도 정치개혁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더 개혁적인가, 누가 더 약속을 안 지켰는가, 각 정치세력의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허탈하다. 이미 대선 때 개혁 약속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제3인물의 정치개혁 실험은 기존 정당과 합당을 선택함으로써 또 한번의 좌절인가, 창조적 실험인가 기로에 서 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정치권에 불어 오던 정치쇄신 바람이 벌써부터 힘을 잃고 있다. 여야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중앙당의 특권인 공천권 폐지를 앞다퉈 공약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권 폐지의 부작용을 주장하며 일찌감치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돌아섰다. 이마저 공천룰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야권인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매개로 제3지대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창당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지분 나누기' 등 분열 조짐이 심상찮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1부·3) 정치 개혁, 말로만 실험? 국민은 실행을 보고 싶다

■정당공천·전략공천 폐지해도 불씨 여전

지난 1월부터 국회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연일 충돌했다. 여야는 4자회담에서 극적 합의한 대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했지만 논의는 한 달 내내 헛돌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는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언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각종 폐해를 부각시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위헌 가능성 △정치신인과 여성 정치인 진입 제한 △토호세력 부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신 상향식 공천제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공약 파기 정당'으로 연일 몰아 세웠으나 새누리당은 결국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면서 상향식 공천제를 관철했고, 퇴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깜짝 신당 창당을 감행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면서 하향식 공천인 '전략공천'을 폐지했다고 발표했지만 '우선공천'이라는 불씨를 남긴 탓에 진통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선공천 지역 선정에 있어 중앙당 지도부 또는 공천관리위원회 심사위원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번엔 우선공천의 조건으로 '여론조사 등을 참작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자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문제가 됐다. 땜질에 땜질이 거듭되면서 지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향식 무제한 공천 설명회는 여성 우선공천 지역 선정에 대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당 최고위도 수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여성 우선공천 지역 논의에 나섰지만 인천, 경북 등 지역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의원은 "기왕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려면 예외규정 없이 제왕적 당권을 모두 내려 놓는 당헌당규가 마련됐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과감히 폐지했으나 사실상 '내천'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선거 후보자가 정치 홍보물을 만들면서 누가 봐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임을 알 수 있는 문구나 색깔, 디자인, 특정인과 찍은 사진 등을 사용할 경우 공천 받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명분을 사수하기 위해 내천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은 벌써부터 '무공천=내천'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무공천은 내천을 한다는 의미"라면서 "내천은 당 내부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그 과정에서 왜곡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특권 내려놓기·제도개선 '유명무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출판기념회의 폐해는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치권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선거 체제로 전환되면서 관련 개혁 법안 심사는 벌써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발의한 '국회의원 윤리 실천 특별 법안'이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국정감사 분리실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아예 지방선거 이후로 밀릴 공산이 크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올해부터 2차례로 나눠 6월부터 실시하려면 4월에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국감) 6월 실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 특별법은 편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또 국회의원이 일정 이상의 강연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축·부의금 규모에 제한을 두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제기한 법안이지만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출판기념회 시즌이 끝나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회 주변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안철수발 정치쇄신 바람을 타고 통과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에 관한 법안이 올해 시행을 앞두고 예외규정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의 예외조항인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서 '공익'의 범위를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의 직', '명예직'의 범위도 '비상근·무보수'로 규정함으로써 유명무실한 법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특별감찰관제도 특별감찰 대상에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국회의원을 제외, '무늬만' 특권내려놓기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달라지는 '두개 혀'를 가진 정치인에게 유권자들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보다 잿밥에만 관심

정치권에 쇄신 바람이 불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그라지는 현상은 어느새 관행이 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관심이 애당초 정치개혁이 아닌 '당권' 등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잿밥에 쏠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미 국회의원의 관심은 6월 지방선거가 아닌 7월 전당대회와 7·30 재·보궐선거에 가 있다"면서 "지방선거를 누가 당권을 쥘 것인지 결정하는 승부처로 생각하니 유권자들을 만만하게 보고 특권내려놓기 등 쇼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기기 위해 당을 창당하는 거지만 막상 6·4 지방선거에서 지고 7·30 재·보선을 치를 때면 주도권 다툼으로 '도로 민주당'이 될지 분당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보름 만에 통합했다 해체한 정당도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국회의원 선거 직전 겉으로만 정치개혁을 외치며 통과시켰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 법안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18대 국회가 '최루탄 국회' '몸싸움 국회' 등 각종 폭력으로 얼룩지며 국회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여야가 앞다퉈 국회선진화법 도입에 찬성한 것. 하지만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반대로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키는 폐해를 낳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만 52일, 정기국회는 폐회를 6일 앞두고서야 정상가동되는 등 국회선진화법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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