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1200억원 투자 잠실 롯데홀 건축 현장 가보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3 17:50

수정 2014.10.24 23:19

롯데가 1200억원을 들여 건축 중인 롯데홀의 내부 조감도. 정중앙 무대를 객석이 에워싼 형태로 도쿄 산토리홀 같은 포도밭 구조다. 음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정 수준의 빈 공간을 두면서 자리 배치를 한 것도 특징이다.
롯데가 1200억원을 들여 건축 중인 롯데홀의 내부 조감도. 정중앙 무대를 객석이 에워싼 형태로 도쿄 산토리홀 같은 포도밭 구조다. 음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정 수준의 빈 공간을 두면서 자리 배치를 한 것도 특징이다.

안전모를 쓰고 한창 공사 중인 공연장 입구에 서니 오른편 아래로 석촌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서울 잠실 신천동 123층 초고층 롯데월드타워 옆 지상 11층짜리 상업시설 롯데월드몰 8∼10층에 위치한 클래식 전용공간 롯데홀 현장은 이제 공정이 절반 이상 끝난 상태였다. 지난 21일 오전 이곳을 찾아봤다.

롯데그룹이 1200억원을 투자, 국내 최고 시설의 콘서트홀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공사를 시작한 게 지난 2013년 3월. 설계와 컨설팅을 주도한 쪽은 일본 도쿄 산토리홀·미국 로스앤젤레스(LA) 디즈니콘서트홀 등 세계 유명 공연장의 음향을 담당한 '나가타 어쿠스틱'과 미국 공연장 전문 컨설팅사 '피셔 닥스 어소시에이션'이었다. 나가타 어쿠스틱의 야스히사 토요타 대표는 현재 세계 음향전문가 중 몇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시멘트 작업이 다 끝난 홀을 보니 객석과 무대 구조, 형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총 2018석 객석은 1층 정중앙 무대를 포근히 에워싸는 형태였는데, 이는 산토리홀과 같은 포도밭 형태의 객석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흔히 합창석으로 불리는 무대 뒤편 객석은 생각보다 높이는 낮고, 폭은 깊게 만들어 기존 합창석과는 사뭇 다른 안락함을 주도록 배치됐다.

지휘자가 무대 중앙에 섰을 때 이 지휘자와의 거리감은 1층 맨 뒷줄에 앉으나, 좌우 가장자리 줄, 또는 합창석 맨 뒷줄에 앉아도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진 않았다. 그만큼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대를 볼 수 있는 시야에 편차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포도밭 형태의 객석이다 보니 출입구는 22개나 됐다. 그러니 관객들은 자신의 자리가 어느 밭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출구를 찾아가야 한다. 발코니는 객석 3층 한군데만 있었는데, 이는 발코니가 많을 경우 음향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롯데홀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건 역시 '최상의 음향'. 이를 위해 기본 소음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쏟았다. 기본 소음은 아무런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나오는 소음을 말한다. 롯데홀 음향 감독 일을 맡고 있는 문상훈씨는 "기본 소음을 무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배관·배선 시설, 땅밑 지하철, 옆 건물의 잡음이나 진동이 전달되지 않게 홀의 맨 밑바닥과 옆 건물 사이 공간을 띄우고 고무패킹을 넣어 박스 안의 박스식 설계를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했다.

무대 연주자들의 악기소리가 메아리 없이 곧바로 전해질 수 있게 정밀한 테스트를 반복 적용, 객석 위치를 정했다. 나가타 측은 '잔향 길이 2.1∼2.4초'를 목표로 했을 때 홀에 빈 공간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를 계산했다. 연주자의 음을 한꺼번에 여러 군데로 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셰이핑 작업도 거쳤다.

텅 빈 상태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무대 하부엔 곧 24개 리프트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롯데홀 측은 설명해줬다. 리프트 움직임에 따라 무대 연주자들의 자리 높이는 제각각 달라지게 되는데, 이로써 지휘자가 원하는대로 오케스트라 악기군의 높낮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합창석 머리 위로는 5m가량 깊게 파진 공간이 있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남부 슈바르자크에서 작업 중인 5000여개 관의 파이프오르간이 들어갈 자리였다.

롯데홀 측은 요즘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으며 객석 컬러와 마감재를 고르는 중이다. 지난 5월 이곳으로 부임해온 김의준 롯데홀 대표(사진)는 "공연장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공연장이어서 한국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홀은 내년 9월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작곡가 진은숙의 창작곡을 세계 초연하면서 대망의 문을 연다. 김 대표는 "롯데월드타워 하루 낮 유동인구만 20만명이 될 것"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낮 공연 개발에 우선 주력한 뒤 이들을 저녁 공연까지 유인해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세미 오페라, 재즈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들여 완성될 홀은 그에 걸맞은 콘텐츠로 채워지는 것이 앞으로 관건일 것이다. 대중을 사로잡을 프로그램이 쉬지않고 나와야 이 값비싼 홀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롯데홀이 대기업의 문화 인프라 투자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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