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④) '부실 심의' 매번 되풀이되는 입법지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4·④) '부실 심의' 매번 되풀이되는 입법지원

국회 조직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법지원 등 본질적 대국민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수는 그대로인데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안이 지난 16년간 10배 가까이 늘어나 부실심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기 어렵다면 이들을 지원하는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 등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의안 수 기하급수적 증가

7일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 의안 접수는 13대 국회에 비해 10.3배 많았고, 법률안 접수 규모는 14.8배 컸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는 13대 299명에서 18대 300명으로 1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 같은 조건에서 국회가 처리한 법안은 13대 국회 대비 18대 국회에서는 9.4배 늘어나면서 같은 인원이 25년 전과 비교해 9배 이상 많은 법안심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은 47.7배로 급증, 이로 인해 부실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사회적 정책수요에 대한 국회의 반응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행정연구원은 지적했다.

지난 18대 국회는 300석 규모로 7612건의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18대 국회에서 접수 법률안이 가장 많았던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약 40개월의 활동기간 총 1671건의 법률안이 회부돼 월평균 42건의 법률안을 받았다.

행안위는 이 중 1524건을 처리, 위원회 회의 회당 평균 12.4건을 의결한 셈이다. 행안위는 4년의 임기 동안 위원회 회의가 총 123회 개최됐다.

문제는 너무 많은 의안심의 부담 탓에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안심의를 위한 기초적 과정조차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연구원 임성근 부연구위원은 "대개의 경우 법안심사소위의 결정이 그대로 채택되고 있다"며 "국회의 입법은 국가 정책과 재정운용의 근간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부실심의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간 정쟁으로 의안심의가 부실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같이 객관적으로 의안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어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정당능력 강화와 민간 정책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국회 밖의 정책지원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근본적 대안은 단기간에 실천되기 어려워 주어진 현실적 조건에서 국회 내부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직 간 소통·맞춤형 서비스

입법지원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업무중복을 최소화하고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등으로 입법지원 서비스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의 연구 결과로 제기됐다.

예컨대 실제 국정감사 대응 자료집을 전문위원실과 입법조사처에서 동시에 발간하거나 예·결산 분석업무를 예산정책처와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하는 것이 대표적 업무중복 사례로 꼽힌다.

국회 입법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기관 간 업무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선 요구되는 것이 조직 간 소통으로 중복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무중복을 줄여 협업을 통한 업무 추진으로 수요자 맞춤형 입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청사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정당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진과 입법지원 조직 간 상호교류 및 업무협조조차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좌관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에 의견을 의뢰해도 신뢰도 수준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시간도 오래 걸려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어 관련 기관에 모두 의뢰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소통되지 못한 상황이 일방적 의뢰 남발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제도개선과 함께 인식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정보기술(IT) 역량을 살려 맞춤형 서비스로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별히 업무부담이 많은 조사 의뢰에 대해 제한된 인력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사의뢰 수요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수준에서는 조사 의뢰를 한 국회의원이 기밀성을 요구한다면 그에 맞춰 기밀성이 보장되면서 입법지원 조직 간에는 조사의뢰 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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