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6·2) 여당의 '특권 내려놓기' 그 씁쓸한 시작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6부. 실천이 문제다 <2> 새누리당 혁신안 성공할까
무회의 무세비의 비밀
의원들 거부감 산 '노동' 빼고 회의 불참시 수당 깎는게아니라 회의 참석시 수당 준다는 원칙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6·2) 여당의 '특권 내려놓기' 그 씁쓸한 시작

새누리당이 8일 '무회의 무세비 원칙·대가성 출판기념회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가까스로 '추인'했다.

지난달 11일 새누리당 '혁신 의원총회'에서 '무회의 무세비 원칙'의 다른 이름인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를 놓고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혁신안이 한 차례 퇴짜를 맞은 뒤였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보수혁신위는 전날 혁신안 추인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됐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무회의 무세비 원칙'과 대가성 출판기념회 금지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혁신위가 더 큰 과제인 정치개혁은 뒤로 미뤄두고 인기영합적인 '특권 내려놓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6·2) 여당의 '특권 내려놓기' 그 씁쓸한 시작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이 무회의 무세비 원칙으로 새누리당 의총을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통과했지만 당 내 기류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일하지 않으면 세비도 없다'는 취지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의원도 있지만 무회의 무세비 원칙을 '지역구 관리도 의정활동' '선후가 뒤바뀐 혁신안'이라며 비판하는 의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선정국'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을 거론하며 무회의 무세비 원칙이 실행되기 위한 입법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회의 무세비란?

'무회의 무세비 원칙'의 전 이름인 '무노동 무임금 적용'이 국회를 달구기 시작한 때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를 이끌고 있는 김문수 위원장이 김무성 당 대표와 중국을 함께 갔던 지난 10월 14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간부 앞에서 혁신안건으로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적용 계획을 처음 밝힌 뒤 새누리당 기자간담회를 자청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김 위원장이 혁신위 최우선 과제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을 추진하며 꺼내든 명분은 국민의 과반수가 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였다. 실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가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을 비롯한 세비 삭감을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 과제로 꼽았다. 혁신위는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거나 △국회가 파행.공전하거나 △국회의원이 구속된 상태일 경우 세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며 무노동 무임금 적용 계획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고 당 내부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혁신위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안이 1차례 무산된 뒤 혁신위는 수정안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내부에서는 '당내 소통 부족'을 원인으로 진단하고 소통 확대에 나섰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을 혁신위 공개 토론회에 초청하고 의원들의 거부감을 산 '노동'이라는 단어를 빼고 '무회의 무세비 원칙'에 대한 설명 작업에 들어갔다.

혁신위는 전날 의총에서 '무회의 무세비 원칙안'을 직접 성안한 서용교 의원이 설명에 나서도록 전략을 수정했다.

서 의원이 설명한 무회의 무세비 원칙안은 국회 원 구성 지연·국회 파행 또는 공전·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지급 금지라는 원칙은 동일하되 회의 불참 시 회의참석수당을 깎는 것이 아니라 회의참가 시 참석수당을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일반수당(월 646만원)과 입법활동비(314만원), 관리업무수당(58만원), 급식비(13만원), 특별활동비(95만원)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특별활동비를 회의참가수당으로 명칭을 변경해 회의 출석 일수만큼 수당을 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김무성 대표도 "이제 혁신은 대세"라며 혁신안 인준에 힘을 실었고 인준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불체포특권을 제외한 혁신안 전체가 의총의 추인을 얻어냈다. 혁신위 관계자는 "무회의 무세비나 무노동 무임금이나 똑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면서 "다만 지난 의총과 달리 혁신안을 직접 만든 의원이 설명하면서 내용에 대한 전달이 잘 됐고 오해가 풀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6·2) 여당의 '특권 내려놓기' 그 씁쓸한 시작

■숨어든 반론 목소리…관건은 '정치일정'

하지만 무노동 무임금 적용이나 무회의 무세비 원칙에 대한 의원들의 반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비선정국'에서 좁아진 새누리당의 입지나 혁신안에 반론을 제기하면 혁신안에 대한 반대로 낙인찍히는 여론이 조성돼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에 따라 사실상 '당론'이 아닌 무회의 무세비 원칙안이 '비선정국'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개헌론 부상' 등 향후 정치일정 속에서 입법 절차를 제대로 밟아나갈 수 있을 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에 대한 의원들의 반론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서 입법활동만큼 지역구 활동이 중요하고 국회 원구성 지연 등 파행·공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무노동 무임금 적용 같은 포퓰리즘적인 혁신안이 아닌, 정치개혁 혁신안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반론을 제기하는 의원 말도 일리가 있다"면서 "국회 원구성 지연이나 상임위 파행·공전을 푸는 것은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달린 일인데 개별 의원에게 책임을 왜 묻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 즉 정치제도 개편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순위인데 특권내려놓기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원안'에 가까운 무회의 무세비 원칙이 의총 인준을 받은 것은 이같은 반론이 해소됐다기 보다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기류가 조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혁신안을 지지하면 선이고 반대하면 악'이라는 선악구도가 형성되면서 혁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자유 토론을 할 수 있는 여지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어제 의총 분위기는 자유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비선실세의 정국개입 의혹 논란이 연말 정국을 강타하면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혁신안 인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은 "한 달 사이에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도 있지만 당이 처한 상황이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혁신안마저 인준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대외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겨우 첫 발을 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동력을 얻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 난관이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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