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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현대차의 '맨아워' 논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8 17:12

수정 2015.02.08 17:12

[차장칼럼] 현대차의 '맨아워' 논의

지난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신선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맨아워(man hour)에 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 주장을 펼친 주체가 '소통과 연대'라는 현대차 노조의 특정 조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맨아워란 쉽게 말해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을 의미한다. 자동차 제조 사업장은 시간당 생산량(UPH)을 높이는 것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인데 맨아워 역시 시간당 생산량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소통과 연대라는 조직은 현대차 노조 조직원 중 50여명 정도로 규모는 미미하다.

하지만 이 조직은 지난 2일 펴낸 유인물 1개면을 맨아워를 논의하는 데 할애했다.

맨아워는 단지 1인당 생산량을 얼마나 높일 것을 얘기하는 기준이 아니다. 노사 간 맨아워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생산패턴이 바뀔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신차 라인이 만들어지거나 주문량이 폭주했을 때, 혹은 주문량이 감소했을 때 노사 간 이 맨아워를 어떻게 설정했느냐에 따라 일정기간 생산량과 생산속도 협의를 유연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원 일부가 이렇게 맨아워 논의를 들고나온 이유는 현대차의 과도기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8시간·9시간 주간 2교대 작업을 정착시킨 현대차는 올 초 8시간·8시간 주간 2교대 시스템 도입안을 논의 중이다. 결과적으로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은 1시간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로자 친화적 노동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노조 입장에선 적은 시간 일하면서도 노조원들의 근무형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노조 입장에선 현행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 단축만을 고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측 입장에선 국내 공장의 생산력이 떨어질 경우 해외 공장을 추가 증설할 명분이 커지게 된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연간 180만대의 국내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키로 합의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합의에 금이 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고정생산량이 깨지면 울산공장의 고용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연계시장이 연쇄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노조 조직에서 먼저 맨아워 기준 설정을 들고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맨아워를 명쾌하게 설정할 경우 근무형태가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이를 기준으로 노사 간 유연한 합의가 가능해진다. 1인당 생산량을 규정함으로써 근무시간이 줄어들 경우 추가인력을 얼마나 투입할지, 혹은 어떤 설비투자가 필요한지 합리적 산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100여년 전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인물은 포드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였다. 포드는 도살장에서 영감을 받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 자동차 제작을 수공업 방식에서 분업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대량생산체계를 만들고 가격을 낮췄다. 이제 라인은 첨단화됐지만 사람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제조업체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기술의 과학도 중요하지만 '노동의 과학'이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왔다.

ksh@fnnews.com 김성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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