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3·③) 능력 있는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을 찾습니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3> 정쟁도구로 전락한 인사청문회

신상털기 청문회의 폐단
청문회마다 여야 세력대결로 번져 야당, 후보자 신상털기에 올인
정책경험·정치역량 없더라도 국회와 친하면 통과되는 '아이러니'

후보자의 버티기
의혹에 침묵했던 국무총리 청문회 각종 자료 제출도 끝내 거부
사전검증 부실 문제로 지적되자 개선하겠다던 국회, 결국 뒷짐

인사가 만사라는데..

장관 낙마땐 국정운영에 치명타 편향된 인물 내세우는 청와대도 무조건 발목부터 잡는 야당도 한발짝씩 물러나 대안 찾아야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3·③) 능력 있는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을 찾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3·③) 능력 있는 사람보다, 약점 없는 사람을 찾습니다

'이상한 청문회'


■후보자 정책 경험 중요성↓

7일 한국인사행정학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의 청문회 내역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의 직위 업무와 과거 경력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책 역량을 분석한 결과 정책역량이 없는 후보자 15명 중 13명(86.67%)이 청문회를 통과했다.

국무총리의 경우 정책 역량이 없다고 판단된 후보자 3명 중 1명이 청문회를 통과하는데 그쳤지만, 장관 등 국무위원은 달랐다. 국무위원 후보자 중 정책역량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 12명 전원이 통과하기도 했다.

국무총리는 전 부처의 정책적, 정치적 조정이 주요 역할이나 국무위원은 특정 분야 전문성이 더욱 중시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통과 양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경험 유무를 다룬 정치역량 여부의 경우, 국무위원에선 정치역량이 없는 후보자들이 정치역량이 있는 후보자들 보다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치역량은 청문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정책역량과 정치역량 등 고위공직자의 자격 관련 변수는 청문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도덕성과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 및 병역의혹이 있을 때 낙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정책적 이슈를 잃은 청문회 탓에 도덕성 검증에만 목을 맨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재산과 병역, 탈세 등 도덕성 의혹을 검증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 기반 마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도덕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향후 업무 수행 정당성을 떨어뜨리고 정치적 신뢰 저해를 야기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역량 검증 뿐 아니라 도덕성 검증에 있어서도 구체적 검증 범위와 검증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세 대결'로 변질

여야는 당초 이달초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개선 소위'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여권 내분으로 인해 본격화 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사전 검증을 비롯해 부실한 답변으로 점철된, 메르스 여론에 묻힌 '운 좋은 청문회'였다는 점에서 청문회 개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개선방향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커 난항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흠집 내기와 신상 털기'에 대한 개선을, 야당은 '자료부실과 검증회피'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 접점이 없는 논의테이블에서 쉽게 타협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여야 정쟁으로 변질되는 세태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후보자를 선정하거나 국가인적자원정보체계 구축을 통해 후보자 임용을 할 것을 제안했다.

주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경력과 재산내역, 학력, 친인척 등 세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민간 인물 데이터베이스(DB)와 청와대 및 관련부처의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 모의 프로그램도 검색조건에 특정 직무, 성별, 지역, 공직경험 여부, 청렴도 등의 입력으로 인사청문회 통과 확률을 보여줄 수 있도록 청와대·국회·민간·행정의 공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사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와 청와대, 국회간 긴밀한 논의, 정책중심의 인사검증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위한 국회 검증기준이 우선적으로 설정된다면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당파적 힘겨루기는 상당히 없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정적 현장 목소리 '여전'

무엇보다 여러가지 제도 개선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인사청문회 개선 의지가 약하다는 점은 제도개선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화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청문회 제도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대다수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야권에서 얻을 수 있는 반사 이익이 상당하다는 점은 여야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정권의 인사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는 야권에겐 큰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정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여당 관계자는 "장관 등 주요 인사가 낙마할 경우 청와대와 여당이 받는 치명타가 크다"면서 "국정 공백 보다 정치적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야당으로선 사활을 걸고 달려들 수 밖에 없고 여권은 철벽방어하는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야권 관계자는 "야당이 무조건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여권에서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흠집있는 인물을 내세운 것도 문제"라면서 "모두가 한발 물러나 야당은 대안을, 여당은 합리적인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단숨에 개선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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