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3·⑤) 1년에 한번 20일간 몰아치기식 국감. 결국 남는 건 여야 정쟁뿐

파이낸셜뉴스

3부. 입법시스템, 이젠 품질이 우선 <5> 수십년째 달라지지 않는 국정감사

예산안심사·법률안처리 집중된 정기국회 기간중에 국감 진행 역량 집중하기도 힘들어
비용은 작년에만 11억3천만원 휴일 빼면 하루평균 1억원 쓴셈 비용대비 효과는 '글쎄'

'행정부 견제' 목적 살리기 위해 분리국감제 도입 합의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처리 무산
"여야가 정치적 욕심 버리고 국민에 약속한 것만 지켜도 국감행태 어느정도 개선될 것"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3·⑤) 1년에 한번 20일간 몰아치기식 국감. 결국 남는 건 여야 정쟁뿐

국회 국정감사 제도의 비효율성 문제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국감이 행정부를 감시·견제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의회에선 우리나라 국회처럼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감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회가 실시하는 국정감사 운영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

국감의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국감 관련법 개정작업에 돌입했지만 각종 정치 현안과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개정안 실시를 위한 입법화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년간 고비용·저효율 문제점 방치

국정감사 제도는 유신헌법하에서 폐지됐다가 지난 1987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한 이후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실시 이후 제도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효율적인 감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졌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감의 제도적 문제점은 △정기국회 중 예산안·법률안 심사와의 중복 △광범위한 대상기관 및 단기간의 감사기간 △당리당략적 및 폭로성 소재 집중 △무차별적인 증인출석 요구와 방대한 자료제출 △감사 종료 후 사후조치 미비 등이 꼽힌다.

국정감사조사법에 국감은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고, 본회의 의결에 의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로 국감은 매년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올해는 다소 앞당겨져 9월 4~23일 실시된다.

문제는 600개가 넘는 기관에 대한 감사를 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하게 돼 감사 시간과 인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심도 있는 논의와 해결방안 제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서 실시되는 감사로 인해 행정부의 일상적 업무수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또 국감기간이 예산안 심사와 주요 법률안 처리가 집중되는 정기국회에 하도록 돼있어 국감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회의원들과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정감사가 운영상 고비용·저효율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국감 경비로 약 11억3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약 15억원, 12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휴일과 자료정리 등의 기간을 제외하면 2주 남짓한 기간에 평균 1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하루 1억원가량 쓴 셈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공개적으로 사용된 비용을 제외하고도 피감기관들의 준비비용, 일반행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됐거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국감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면서도 이에 걸맞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쟁의 도구·민원장으로 전락

무엇보다 국감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국감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도구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제도 취지는 '정부 대 국회'의 대결구도를 통한 견제와 비판이지만 지금까지 실시된 국감에선 '정부·여당 대 야당'의 공방전이 주를 이뤘다는 평가다. 국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감사 시점에서 현안으로 부각되는 각종 정치적 이슈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감이 공전되거나 파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정감사가 당리당략에 따라서 상대 정당을 향한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면서 "행정부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여당은 정부를 두둔하고 야당은 비판하면서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감이 유지되기 위해선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 제시 등을 통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판단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국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 챙기기 구태와 관심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식' 질의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원실 인력의 대부분이 지역구 업무에 치중되면서 올해 국감은 어느 때보다 부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선안 만들어 놓고도 처리는 뒷전

국정감사에 대한 제도적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만큼 수많은 개선안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분리국감제도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지난해 6월 국감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분리국감 추진에 합의했다. 통상 9월 정기국회에서 20일 동안 열리던 국감을 두 차례(1차 8월 26일~9월 4일, 2차 10월 1~10일)에 나눠 치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정감사조사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올해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국회법 파동 등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도 올해 초 국감을 수시화해 임시국회에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증인 채택을 상임위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엄격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작 법 개정에 있어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부실 국감의 이유에 대해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과 국회의 준비 부족 탓"이라면서 "정부가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여야 의원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만 이행해도 지금의 국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국정감사 제도가 개선에 앞서 정치인들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여야가 상대 정당을 흠집내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정치적인 욕심이 문제"라면서 "분리국감 등 다른 방법들이 제안된다고 하더라도 의원들의 근본적인 의식변화 없이는 국감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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