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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펑크난 재정, 또 국채로 메울건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0 18:06

수정 2015.08.20 18:06

崔부총리 "나랏빚 40% 관리" 자손에 빚 떠넘기는 건 죄악

정부가 나라 살림살이의 중장기 설계도를 또 허물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관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설정한 국가채무비율 관리 목표(36.7%, 2017년 기준)를 지킬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530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35.7%를 기록했다. 목표치 35.1%를 훌쩍 넘겼다.
1인당 국가채무는 1052만원이나 된다. 올해는 복지와 경기부양용 지출 확대에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겹쳐 국가채무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최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관리 목표 40%를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아직은 우리 재정 형편이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안이한 생각이다. 국가채무비율의 절대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상승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가 현저하게 후퇴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재정을 적자로 꾸려가고 있는 것이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집권 기간에는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나랏빚 가운데 악성으로 꼽히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지난 3년간에만 70조5000억원 늘었다. 전임 이명박정부나 노무현정부 5년치와 비슷한 규모다. 정부는 5년 단위로 중기 계획을 세워 재정을 운용한다. 이는 국가채무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3년 동안 국가채무비율 목표를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다. 국가재정운용계획 무용론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적자 살림을 하는 데서 비롯됐다. '증세 없는 복지'가 원인이다. 세금 수입은 늘지 않는데 복지 지출을 계속 늘려서 그렇다. 그결과 매년 30조~40조원씩 빚이 불어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매년 2%포인트 정도씩 높아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빚내서 복지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복지 지출을 늘리려면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만약 세금을 더 걷지 않는다면 그것은 빚으로 남아 후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게 된다. 이는 미래세대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대신 적정 범위의 증세와 복지 축소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시절 새누리당 내에 이런 논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잠잠하다.
정치권은 복지와 증세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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