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4·②) 19대 정개특위도 '찻잔 속 태풍' 그칠 듯
퇴보의 역사 거듭했던 정개특위 의원들 치열한 눈치작전
"다른 의원 죽이는 일은 하는 게 아니다. 국회에서 이게 뭐냐.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동료 의원을 이런 식으로 죽이나."(2012년 2월 27일)
지난 18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지역구 통폐합을 막으려던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다.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는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과 선거제도 수정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터라 여 의원의 이 같은 반발은 불가피했다. 당시 여 의원의 지역구였던 남해-하동이 경남 사천과 통합되는 안이 추진되면서 여 의원은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적극 항의했다. 결국 여 의원의 지역구였던 영남과 호남 지역이 통합되면서 각각 1석씩 총 2석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경기 파주, 강원 원주, 세종시 등 총 3개의 의석이 늘면서 19대 국회 의석수는 기존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치열한 눈치작전
18대 정개특위의 결과는 표면상 무난해 보였으나 그 이면은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점철됐다는 비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여당과 제1야당은 양보하는 모양새였다는 평가다. 각자 텃밭이던 영남과 호남에서 1석씩 줄어들어서다.
눈에 띄는 '희생'을 내건 대신 각 당 현역 의원이 포진한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해 1석씩 늘린 데 이어 세종시 1석을 추가해 전체적으로 1석을 늘렸다.
이 1석을 늘리는 과정에서 여야는 비판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모양새를 취하는 데 주력했다. 앞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 조정과 관련, 의석을 총 30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처리 당일 오전까지도 선관위의 안에 반대 입장을 취하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장 먼저 처리했다. 당시 법사위 위원장은 민주당의 우윤근 의원이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악역'을 피하려는 눈치게임 또한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남해-하동이 지역구였던 여상규 의원이 '농어촌 지역구를 차별한다'며 지역구 통폐합안에 강하게 반발하자 정개특위 위원이던 새누리당 성윤환 의원(경북 상주)도 이에 동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간사였던 주성영 의원은 성 의원에게 "본인이 남해-하동을 (통폐합하도록) 추천했으면서 그렇게 살지 마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퇴보한 역사로 기록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15대 국회 정개특위에선 지역구 의석을 26석 줄이는 결단을 내렸던 바 있다.
16대 국회 정개특위에선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 전면금지 및 지구당 폐지, 연간 후원금 1억5000만원 제한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16대 국회 정개특위는 크게 줄였던 국회의원 정수를 다시 원상복귀시키며 '밥그릇 야합' 논란을 빚었지만 나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로 비판 농도는 희석됐다.
반면 17대 국회 정개특위에선 제도에 뚜렷한 변화를 주지않은 채 지역구 의석을 2석 늘린 대신 비례대표 2석을 줄이며 의원정수 유지에 힘썼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0개 의석을 기록하게 된 18대 정개특위는 현역 의원의 전체회의 물리력 행사까지 야기하면서 논란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19대 정개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여상규 의원은 당시 18대 정개특위에 대해 "정개특위의 위헌과 위법, 야합 행위에 항의한 것이지 제 선거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4년 전 선거구획정위의 안을 정개특위가 무시해 저는 온몸을 다해 막으려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자리를 없앨 수 있는 지역구 통폐합 이슈를 의원들에게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조차 답답한 상황"이라며 "19대 정개특위에선 지난 정개특위와 달리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