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4·③) 비례대표제, 정치 선진국엔 없다?

파이낸셜뉴스

▶언제 도입됐나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첫 도입
▶해외는 어떤가 일본이 비슷한 제도 운영…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채택 안해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4·③) 비례대표제, 정치 선진국엔 없다?

"비례대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다."

"비례대표 축소는 유권자의 뜻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다. 사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비례대표제 축소 여부를 둘러싸고 최근 여야 의원들이 각각 내놓고 있는 주장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정수가 다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비례대표는 증감을 거듭하며 선거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비례대표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라는 명칭으로 처음 도입됐다. 본래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최다 득표자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막고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대표로 불러들여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집권당이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독재체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활용됐다.

가령 제1당 득표율이 50%를 넘으면 전국구 의석(44석)의 3분의 2를 넘지 않는 선에서 득표율에 따라 배정했고, 득표율이 50% 미만이면 득표율에 관계없이 전국구 의석의 반을 할당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선거제도는 1972년 10월 유신으로 폐지됐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11대 총선에서 부활해 1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현행 비례대표제인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시행된 것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다. 지역구 의원과 정당에 각각 1표씩, 1인2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이 뽑아 놓은 비례대표 후보의 일순위부터 당선자가 결정된다. 당시 전체 299명 의원 중 비례대표 의원은 총 56명이었으며 이 제도를 통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편입됐다. 비례대표제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다당제로 이행, 소수정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공천비리, 대표성 약화 등 비례대표제의 폐단이 속속 드러났다.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관한 논쟁이 심화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유권자 입장에서 투표방식은 기존 방식과 같지만 정당투표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게 현행 비례대표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300개의 자리 중 각 당이 차지할 의석수가 정당 투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역구 선거에서 전멸해도 정당 투표에서 5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의석 50%를 가져갈 수 있다. 또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소수정당도 현행 선거제에서보다 비례대표 배출이 보다 용이해진다. 여야 간의 정치적 이해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야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비례대표제로 바뀔 경우 사표가 줄고 비례성은 높아진다. 비례성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말한다. 독일이 이 같은 방식으로 비례대표제를 운영한다. 다만 권역별이 아닌 전국 단위로 시행하기 때문에 비례성이 더 높아진다.

현행 비례대표제와 가장 유사한 것이 일본의 비례대표제다. 그러나 일본식 비례대표제는 엄밀히 따졌을 때 비례대표제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본식 비례대표제는 '가짜 비례대표제'라고 하는 학자들도 있을 만큼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는 국가도 일부 있다. 이는 비례대표제가 '퇴행정치'라는 논거로 종종 이용되기도 한다. 이들 국가가 이미 18~19세기에 일찌감치 의회민주주의를 성립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비례대표제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이 보통의 유럽 국가들과 같은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비례대표를 돈 주고 산다든가 계파가 원하는 사람 위주로 비례대표를 세우는 폐단은 일어날 수 없다"며 "비례대표를 '구색맞추기'처럼 뽑는 한국과 달리 총선의 핵심 포커스가 비례대표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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