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5·⑦) 선진 정치문화의 시작은 '정치색' 없는 정치교육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5부, 정치혁신을 위한 도전과 실험들 (7) 한국형 정치교육 모델 만들어야
1989년 '시티즌십' 도입한 영국..20세기 중반 정치 무관심 커지자 국공립학교서 정치교육 커리큘럼 총선투표율 59%서 65%로 상승
전범 패전국 멍에 쓴 독일은 잘못된 역사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각 정파들이 사회적 대타협 이뤄..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교육 시작
정치불신 갈수록 커지는 한국은 민주주의·선거 개념 가르치지만 적극적 시민참여와 토론의식 부족..편향성 극복 위한 사회적 합의 시급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5·⑦) 선진 정치문화의 시작은 '정치색' 없는 정치교육

'묵은해의 출구'와 '새해의 입구'가 교차하는 세밑이지만 한국 정치는 출구도 입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9대 국회는 곳곳이 정쟁으로 얼룩지며 '최악의 국회'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도 '정치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국 정치와 선진 정치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파이낸셜뉴스에서는 정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정치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과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진 정치문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5·⑦) 선진 정치문화의 시작은 '정치색' 없는 정치교육

1.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5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15.3%로 법원(35.0%), 검찰(34.3%), 중앙정부부처(31.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청렴성 인식은 더 나빴다. 법원, 검찰, 중앙부처에 대해 응답자의 27.2∼28.3%가 청렴하다고 인식했지만 국회가 청렴하다는 답변은 10.6%에 머물렀다. 주요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행정기관(44.6%), 검찰(35.3%), 법원(35.1%), 국회(20.8%) 순이었다.

2. 1985년(12대) 84.6%였던 총선 투표율은 1992년(14대) 71.9%, 2000년(16대) 57.2%로 하락하더니 2008년(18대)에는 46.1%로 급전직하했다. 2012년(19대)에 가까스로 하락세를 멈추었지만 투표율은 54.3%에 그쳤다.

대한민국이 정치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선진정치문화 정착은 커녕 정치 불신의 벽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한민국의 '후진국형 정치문화'가 단순히 세대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정치를 혐오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민의식을 전환하고 선진정치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정치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선진국 정치교육 살펴보니

영국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치교육의 제도화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특히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하고 공동체에서의 참여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1989년 '시티즌십(citizenship)'이라는 학제적 테마가 국공립학교 커리큘럼에 포함됐다. 아울러, 노동당과 보수당은 낮은 정치참여율(총선투표율)에 위기의식을 공유, 청소년들에 대한 시티즌십 교육을 강화시켰다. 이어 2002년부터 시티즌십 교육을 중등교육 수준 국가교육과정의 정식 필수 교과목으로 도입시켰다. 그 결과, 영국 총선투표율은 2001년 59%에서 2010년 65%로 상승했다.

독일은 영국과 달리 역사적인 배경에서 정치교육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는 전범 패전국이란 이중 멍에가 씌워졌다. 뿐만 아니라 이런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자신의 이성과 양심에 따라 불의한 정치에 항거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에 독일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정치참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사업을 시작했고, 1952년 내무부 산하에 '연방정치교육원'을 설립했다.

주목할 점은, 정치교육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는 하지만 교육 내용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으며, 정당에서 설립한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정당의 정치색이 투영되지 않고 일정하게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정치교육의 최소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통해 지켜지고 있다. 이 협약은 1976년 가을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각 정파들이 모여 수차례의 회의를 거듭한 결과 얻어진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이 협약을 통해 독일 정당들은 편향된 하나의 방향쪽으로 정치교육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한국형 정치교육 모델 '시급'

현재 한국은 학교의 사회 교과를 통해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개념과 이해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시민참여나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 토론은 부족한 상황이다.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올바른 선거, 투표문화 정착만을 목표로 시민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시민사회단체에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의 경우 보수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모두 단체의 성향이 교육 주제와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편견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 정치교육, 즉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 전반적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현안에 대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협의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정치적 성향과 논법에 따라 편을 가르는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독일과 같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양심적인 정치세력의 각성과 인식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그리고 이로 인한 투표율의 저하 등의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기 위해서는 절차적인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교육을 통한 선진정치문화 형성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교육 방법과 주제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우리 사회 정치교육 환경 전반에 대한 진단, 그 연관 속에서 정치교육 시스템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제도교육과 우리 정치현장의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호연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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