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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운명의 날] 시민과 정치인 SNS로 실시간 소통.. 제보·욕설·응원까지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8 17:27

수정 2016.12.08 22:04

주목받는 SNS 정치, 김기춘 위증 관련 영상 네티즌이 카톡으로 제보
국회의원 연락처 노출로 탄핵표결 압박에도 사용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박영선 의원과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네티즌이 국정조사 도중 실시간 주고받은 카톡 내용(캡처 화면).
박영선 의원과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네티즌이 국정조사 도중 실시간 주고받은 카톡 내용(캡처 화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국민 개개인이 직접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인에게 의견이나 정보를 전달하고, 국회의원들은 이를 바로 활용하는 이른바 'SNS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은 직접 국회의원에게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SNS로 발송하는 것은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실시간으로 증인의 위증을 제보하는 등 SNS가 직접 정치참여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학자 사이에서는 'SNS 정치'를 둘러싼 장단점 분석이 활발하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의견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긍정적 효과다.

반면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노출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일부 정치인이 특정 개인의 의견을 국민 전체의 의견으로 비화해 대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SNS 전략에 앞선 것이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요소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SNS 정치'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올바른 SNS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의원과 실시간 소통

8일 정치권에 따르면 7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위증을 제보한 것은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네티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행된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을 본 네티즌이 이를 반박하는 영상자료를 검색, 실시간으로 박 의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제공한 것이다.

이런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최근 20대 국회의원들의 연락처 등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이달 초 국회의원들 연락처가 공개되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미온적인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직접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은 넘쳐나는 메시지에 결국 연락처를 바꾸기도 했다.

광운대 정동훈 교수(디지털미디어학)는 "20~30대 초까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해서 어떤 정보든 디지털 내에 존재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세대들"이라면서 "이번 사건에 전 국민적 관심이 더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네티즌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집단지성이 SNS를 통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탄핵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찬성을 촉구하는 카카오톡을 보낸 것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국정조사에까지 실시간으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이런 기회를 활용해 답변 등을 보내며 민심을 듣고 소통하는 창구로 삼기도 한다. 일부 의원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말 정치후원금을 모금, 실제로 목표금액을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NS정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SNS 정치가 본격 확산세를 맞으면서 올바른 SNS 정치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SNS 정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에게 욕설 등을 보내거나 지나치게 많이 연락해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SNS 이용자의 상당수는 젊은층이고, 정보가 파편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 교수는 "SNS 정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 전달은 지양하는 등 사용자의 철학과 기본 자세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SNS 전략에서 앞서 승리를 거뒀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기간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클린턴 진영이 770만명이었던 데 반해 트럼프 진영은 1180만명으로 크게 앞섰고, 트위터 게시물 수 역시 힐러리 게시물은 9837건, 트럼프 게시물은 3만3974건으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클린턴 진영이 대체로 보수적인 SNS 전략을 취한 반면 보수인 트럼프 진영이 오히려 현대적이고 역동적 수단을 선택,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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