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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미국 눈치보기...대미관계, 트럼프 언급 없어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1 15:41

수정 2017.01.01 15:4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박근혜와 같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본인 입으로 밝히면서 연초 ICBM 시험발사 도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김정은이 처음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배경에는 북한 체제 우수성에 대한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등을 "(우리 국민의)보수 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남조선 인민투쟁사에 뚜렷한 자욱을 새긴 지난해 전민항쟁"으로 표현하며 박근혜 정권이 "파쇼독재와 반(反)인민적 정책, 사대매국과 동족 대결을 일삼아왔다"고 말해, 북한의 체제 우위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핵 능력 강화에 대한 선전에도 적극 나섰다. 김정은은 "우리의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졌다"고 하면서 "우리식 주체 무기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의 신년사 연설은 한국시간 12시30분(북한시간 12시)부터 30분간 방송됐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5년 연속 육성 발표다. 이날은 인민복 대신 양복에 와이셔츠와 넥타이, 안경을 착용했다.

김정은은 이날 7.4 공동성명과 10.4 선언이 각각 45돌, 10돌을 맞았다고 언급하며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해 남북 대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자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군사적 도발은 물론 관련 언사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새해 남북관계 재설정을 앞두고 관계를 개선하자는 일상적인 표현일뿐 방점은 다른 곳에 있다"면서 "북한의 최종 목표는 미국 신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 새 행정부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자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서니 어떻게 하면 우리 인민들을 신성히 더 높이 떠높일 수 있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마음 뿐이고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분발하고 전심전력에 인민을 위해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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