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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감 통해 좀더 명확해진 한은의 입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4 09:38

수정 2017.10.24 11:38

한국은행 국정감사는 1년 중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통화정책)에 대해 가장 많은 말을 하는 날이다.

주목 받고 싶어하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은 총재는 그들의 심기를 덜 건드리는 차원에서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답해야 한다.

전날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금리인상과 관련한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금리를 빨리 올렸어야 했다는 의원부터, 금리를 올리면 큰 일 난다는 의원까지 국회의원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각 정당의 전략전술에 따라 특정 사안이 주요 공격포인트로 선정된다.



전날 국감장에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청와대의 금리인상 압박을 주요 공격포인트로 잡았다.

예컨대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거론한 뒤 한은이 금리인상에 무게 두고 있다는 식의 의구심을 제기했다. 언제나 한국은행 국감의 단골소재가 되는 '독립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잡은 포인트 중 하나는 '그간 이어진 금리인하의 부작용과 초이노믹스의 실패'였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를 부풀리고 집값을 올렸지만, 경기 모멘텀은 별로 살리지 못했다는 질타였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실패로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하자 이주열 총재는 "세월호, 메르스 이후로 심리가 크게 위축돼 이를 개선하는 게 필요했다"면서 부분적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한은 총재는 일정 부분 국회의원들의 의견에 동조해 주면서 언어의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그간 금리가 너무 낮아서 문제였다는 지적에도 대략 수긍을 해 주는 식이다.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엔 '금리인하'에 상당히 비판적이었으나 이번 국감에선 '금리인상'을 크게 후원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튼 국감 과정에서 한은의 스탠스는 좀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 금리인상, 당장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정감사에서 "통화완화 축소는 물가가 2% 수렴하고 성장이 잠재수준을 회복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총재는 금리인상의 조건을 이같이 거론했다.

최근 2% 수준의 물가, 한은이 보는 잠재수준의 성장률(2.8~2.9%)과 올해 전망(2% 내외의 물가와 3% 정도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어색하지 않다.

총재는 다만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조적'이라고 판단이 들 때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금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보느냐는 기재부 차관 출신의 친박 추경호 의원의 질문엔 "금리 방향 자체는 인상으로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 미국의 인상 스탠스
한국 통화정책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은이 미국의 통화정책을 그대로 추종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스탠스는 무역 위주의 개방 경제국인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이 총재는 "(미국 정책과 관련해) 연준 점도표 등을 참고를 하는데 내년에 FOMC 위원들은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제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도 상승한다. 지금은 미국의 12월 인상이 반영돼 있어서 큰 폭의 자본 유입이나 유출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총재는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에도 중요한 변수지만, 한국이 미국 정책을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늘상 내놓는 '사족'을 빠뜨리지 않았다.


▲ 그간 금리인하 정당성 항변


이 총재는 "그 동안의 금리 인하로 주택가격은 인상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았으나 가계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당시 정책의 '부작용'으로 차입이 많이 늘고 가계부채가 더 높아져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꼽았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는 금리인하가 단행됐던 저금리 기간 동안에 많이 늘었다. 총재는 그러나 금리인하 자체가 부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 뒤 그간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항변했다.

이 총재는 "(임기기간 중) 다섯 차례의 금리인하가 경기 모멘텀을 살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본다"면서 "통화완화가 경기 회복세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총재의 경기회복세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굳이 금리를 1.25%까지 낮춰야 했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경기부양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부동산이나 띄우고 사람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앗아갔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아무튼 이주열 총재는 2014년 4월 제25대 한국은행 총재를 부임한 뒤 그 해 8월 기준금리를 2.25%로 내린 뒤 2016년 6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 막무가내식 주장과 경기전망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한국은행만 경기전망을 좋게본다고 주장하면서 한은을 몰아붙였다.

정 의원은 "모두가 경기를 안 좋게 보고 있다"면서 경기를 상대적으로 좋게 보는 한은을 혼내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런 질타에 대해 "체감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한은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경기관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편이긴 하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한은의 경기관이 정부에 비해 더 낙관적이지 않느냐"면서 입장이 다르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내수와 설비투자 부문에서 기재부와 한은의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그린북(정부 최근경제동향)은 8월 산업동향에 기초했고 한은의 입장은 9월 모니터링 결과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성장률에 0.4%p나 마이너스 요인이 됐지만 한은은 올해 성장률 3.0%, 내년 성장률 2.9%란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 금리인상 속도와 횟수의 한계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상당히 완화적이고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완화정도는 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완화정도의 축소이지 본격적인 '긴축'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통화정책은 정상적인 수준보다 더 완화적이었기 때문에 금리를 좀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김성식 의원이 "현재 한국경제는 반도체나 IT 장비를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하자 이 총재는 "그런 지적에 동의를 한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금융시장의 분석가들 가운데서도 한국 경제가 좋아보이지만 반도체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서 한국경제를 건강한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곤 한다.

이런 요인들과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꾸준히 금리를 올리기도 만만치 않다. 이 총재의 발언도 일단 금리를 올리긴 하지만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쪽에 맞춰졌다.

모두가 지쳐갈 저녁 시간 무렵에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의 한계도 비교적 명확히 거론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요인이 있어서 짚어볼 것은 짚어보고 신중히 가겠다"면서 "지금은 금리정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시장에 민감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은 어떤 나라든지 통화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한다"면서 한은이 갈 길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