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B는 9일(이하 현지시간) 2017년 연간 수익이 사상 최대인 540억프랑(미화 550억달러)으로 예상되며 이는 스위스 GDP의 8%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발표했다. SNB의 수익은 SNB가 보유한 거의 800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를 통해 발생했다. SNB의 2016년 수익은 245억프랑였으며 2015년에는 233억프랑의 손실을 기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만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 경제 규모에 비례해 SNB와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경우 연준의 연간 수익은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연준은 대략 1000억달러의 연간 수익을 올렸다.
SNB의 2017년 수익은 아이폰 메이커 애플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 보다 많으며 JP모간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 수익을 합친 것보다 큰 액수다. 애플, JP모간, 버크셔 해서웨이 모두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인 데 반해 SNB의 직원은 불과 800명 정도며 SNB 총재의 연봉은 약 100만달러다. 그래도 SNB 총재의 연봉은 중앙은행 총재 연봉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SNB는 보유 자산 가치의 큰 폭 상승으로 막대한 장부상 수익을 올렸지만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외화 자산 매각은 프랑화 가치를 높여 스위스의 수출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NB의 대차대조표는 금년에도 금융시장 움직임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해 SNB가 보유한 외화 자산의 가치 상승은 프랑화 약세로 더욱 빛을 발했다. 프랑화는 2017년에 유로 대비 거의 10% 하락했다. SNB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 표기 자산 가치가 작년에 크게 오르면서 프랑으로 환산한 SNB의 수익은 더욱 늘어났다. 또 스위스 규제당국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현재 SNB는 1900만주가 넘는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 지난해 4·4분기 애플 주가는 거의 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달러도 프랑에 0.7% 올랐다. SNB가 애플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주가 상승으로 거의 3억달러를 벌었을 뿐 아니라 달러 대비 프랑화 하락으로 수백만프랑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SNB는 과거 수년간, 특히 유럽 외환위기 때 프랑화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약 7600억프랑 어치의 외국 채권과 주식을 매입했고 그 때 사들인 외국 자산은 지금 스위스의 국부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SNB가 세계 어떤 투자은행들 보다 뛰어난 자산 운용 실적을 거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몇 안 되는 중앙은행 가운데 하나인 SNB의 주가는 지난해 두 배 이상 상승, 4000프랑을 넘어섰다. SNB 주가는 9일에도 3.4% 치솟았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SNB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의 하나는 대폭적인 배당금 인상 기대감이지만 SNB 주식 배당금의 상한선은 주당 15프랑이다. SNB의 지난해 수익 가운데 약 20억프랑은 연방정부 및 26개 지방(canton) 정부에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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