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비트코인 몰수 판결

파이낸셜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의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비트코인 열풍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을 둘러싼 화폐 논쟁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상화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금이 엄청난 붕괴를 목격하기 직전"이란 말로 가상화폐 투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근의 비트코인 투기 광풍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연상케 한다. 당시 네덜란드 경제는 동인도회사 경영 등으로 재정이 풍부해지면서 초호황을 누렸다. 귀족과 신흥부자 사이에서 튤립이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일반인까지 가세해 튤립 수요가 급증했다. 값이 한달 새 50배 이상 뛰었다. 비이성적 투기 열풍이 네덜란드 경제를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버블은 순식간에 꺼졌다.

비트코인이 지닌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인터넷이 지난 30~40년을 지배해온 것처럼 블록체인 혁명이 앞으로 30년 이상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시스템에 활용하면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보안 등에서 연간 23조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25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1월 30일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안모씨에 대한 2심 재판에서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사용료로 받은 191비트코인을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몰수는 범죄행위에 사용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물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다. 국가가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열린 1심 재판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로 규정해 몰수하지 않았다.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는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지 않을까.

[email protected] 염주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