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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공유경제와 통상정책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4 17:25

수정 2019.06.04 17:25

[여의나루]공유경제와 통상정책

최근 차량공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격렬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를 통해 관련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기업들은 이후에도 법적 분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차량공유서비스와 같은 공유경제 활성화로 발생 가능한 기업 간 이해 충돌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시장참여자들, 정부, 정치권이 상생하는 대안에 합의하는 것을 해결 방법으로 선호해 왔다. 그러나 국내 이해관계자가 아닌 외국기업들이 시장참여에 관심을 가진 차량공유서비스와 같은 영역은 국내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로 해결될 수 있는 국내경제 문제를 통상정책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공유경제를 통상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데이터 거래를 포함하는 디지털 무역이 통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관련성 높은 차량공유서비스와 같은 공유경제가 통상협상에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우려되는 바는 통상협상에서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현재 상황에서 한국은 수세적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을 배제한 채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했던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합의안은 외국기업과 정부로서는 차별적 대우로 인식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스타트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공유경제 기업들은 시장참여자의 능력과 효율성보다는 상생과 양보라는 미덕으로 포장되어 정치적 균형을 인위적으로 맞춘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에 자유로운 경쟁의 기회가 제한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승차공유서비스와 시장에는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고만고만한 민간업체들과 과거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 남게 될 것이다.

이렇듯 외국기업의 경쟁력이 국내업체를 압도한다면 국내시장 개방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앞으로 통상당국이 관련 서비스시장 개방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고, 결국 우리가 농수축산업과 같이 협상을 통해 반드시 보호돼야 하는 보편적인 핵심이익을 반대급부로 내어놓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외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이 제기되기 시작할 때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면 너무 늦다. 그때 가서 정부에서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그런 정부의 지원을 다른 국가들은 산업보조금 지원으로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고 공유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직접 시장에 공급자로 참가, 외국기업에 불공정경쟁이라는 시빗거리와 통상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방만경영으로 인한 혈세낭비를 초래하는 일은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정부는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민간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쌓아 나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통상협상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오히려 개방을 요구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택시업계에 과거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는 없지만, 사납금 압박에 시달리거나 값비싼 택시면허를 샀던 택시운전사와 같은 약자들에게는 당당히 공유경제에 참여할 기회와 편의를 제공해 그들이 공유경제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향후 통상협상에서 공유경제가 한국의 대표적인 협상 카드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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