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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첨단 자동물시계' 장영실 흠경각옥루 581년 만에 복원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9 13:18

수정 2019.09.09 13:18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중인 흠경각 옥루.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중인 흠경각 옥루.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장영실이 만든 조선시대 자동물시계인 흠경각옥루는 세종대왕이 과학 강국의 꿈에 도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가 581년만에 이를 복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438년에 만들었던 장영실 흠경각옥루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복원된 흠경각옥루는 현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 전통과학분야에 전시중이다.

연구책임자인 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윤용현 박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문화융합콘텐츠연구개발사업' 일환으로 '장영실 자동물시계 옥루의 전시콘텐츠 개발 및 활용 연구'를 3년간 진행해 21세기에 흠경각 옥루를 재탄생시켰다.

흠경각 옥루 복원연구는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축이 돼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이 협력해 문헌, 천문의기, 복식, 수목, 건축 등 고증을 거쳐 원형에 충실 하도록 했다.

또한 연구진은 '흠경각기'가 '동문선', '신증동국여지승람', '어제궁궐지' 등에도 실려 있음에 주목하고 서로 대조해 '세종실록'에 수록된 '흠경각기'에 잘못된 글자들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로써 그간 몇몇 학자들이 주장한 흠경각옥루의 겉으로 드러나 작동하는 시보장치가 4단이 아니라 5단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를 복원에 적용했다.

1438년 완성된 흠경각옥루는 혼의(혼천의)와 기계시계장치가 결합된 천문시계로 조선후기 이민철의 혼천의나 송이영의 혼천시계의 원형이 되는 한국의 시계 제작사에 있어서 큰 획을 긋는 자동물시계이다.

옥루는 1434년에 만들어진 자격루와 제작 의도와 내구 구조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격루가 당시 조선의 표준시계로서 시각의 정밀도에 제작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흠경각옥루는 가산의 농경생활을 통해 하늘이 정해주는 시각의 중요성, 즉 천문과 지리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흠경각옥루는 조선 신유교의 사상, 중국의 수차 동력장치, 이슬람의 구슬을 활용한 인형 구동장치 등 세계 각 국의 선진의 과학기술을 한국의 정치사상에 융합시켜 탄생시킨 과학적 기념물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흠경각 옥루는 자동물시계에 태양 운행 장치를 결합해 대단히 작고 정밀하게 만든 것으로, 시(時)·경(更)·점(點)을 모두 청각과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 복원도.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흠경각 옥루 내부구조 복원도.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그와 더불어 기기를 설치하고 '빈풍도'를 벌려 놓아서 천도(天道)의 차고 이지러지는 이치를 보고 백성이 농사짓는 어려움을 볼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당시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농본정치의 최우선으로 하는 세종의 꿈을 담은 것이다.

이런 흠경각의 설치는 세종이 추구한 7년에 걸친 대규모 천문의기 제작 사업이 완성됐다는 선포였으며, 하늘을 본받고, 시의에 순응하며, 공경하는 뜻을 극진히 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는 인후한 덕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천명한 기념물이었다.


국립중앙과학관 정병선 관장은 "세계 기계시계발달사에 한 획을 긋는 흠경각 옥루가 600여년 만에 복원 된 것은 국민들에게 자긍심 고취는 물론 관련분야 전시산업 육성 및 해외 전시를 통한 과학한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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