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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의 지구촌구석구석] 시애틀 치훌리가든 환상적인 유리공예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1 06:59

수정 2019.09.21 20:25

치훌리 가든의 '글래스 하우스'에서 보이는 시애틀의 상징 '스페이스 니들.' 사진=윤재준기자
치훌리 가든의 '글래스 하우스'에서 보이는 시애틀의 상징 '스페이스 니들.' 사진=윤재준기자
유리 공예는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감이 없지 않은 예술 분야다. 미국의 데일 치훌리는 독특한 모양의 작품을 통해 유리 공예를 한층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기존의 유리 공예가 균형을 강조했다면 치훌리는 불균형과 비대칭을 과감하게 도입하면서 고정관념을 부쉈다.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바구니와 샹들리에, 꽃, 해양생물에서 영감을 얻은 생동감 넘치는 모양의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어떻게 유리에 각종 색상을 넣어서 만들었는지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게 해준다.

1941년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에서 태어난 치훌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던 워싱턴 대학교 재학 시절 본격적으로 유리 공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65년 졸업 후 미국 대학 중 최초로 유리 공예 학과가 개설된 위스콘신대로 진학했다.
1968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가게 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그는 팀을 구성해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작품 제작 방법을 바꾸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그리고 1971년 고향으로 돌아와 필척 글래스 스쿨(Pilchuck Glass School)을 공동 설립해 유리 공예를 순수 예술로 승화시키게 된다.

유리 공예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데일 치훌리(왼쪽). 사진=데일 치훌리 홈페이지
유리 공예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데일 치훌리(왼쪽). 사진=데일 치훌리 홈페이지

치훌리는 1986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그의 작품들은 현재 세계 200여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1962년 세계 박람회가 열린 장소인 시애틀 센터를 소유, 관리하고 있는 라이트 가문에서 치훌리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영구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장 건립을 추진해 지난 2012년 ‘치훌리 가든 앤드 글래스(Chihuly Garden and Glass)’가 문을 열었다.

치훌리 가든은 8개 전시장으로 구성돼있다. 그중 ‘페르시안 실링(Persian Ceiling)’은 천정 속의 유리에 작품들이 놓여있다. 치훌리는 관람객들이 위에 있는 작품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게 해주는 취지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유리 공예품을 천정 유리 속에 모아놓은 '페르시안 실링.' 사진=윤재준기자
유리 공예품을 천정 유리 속에 모아놓은 '페르시안 실링.' 사진=윤재준기자

이탈리아어로 천개의 꽃을 뜻하는 ‘밀레 피오리(Mille Fiori)’는 모친이 정원에서 가꾸던 진달래 등 꽃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밀레 피오리' 사진=윤재준기자
'밀레 피오리' 사진=윤재준기자
이밖에 핀란드 방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케바나 앤 플로트 보트(Ikebana and Float Boats)’와 ‘샹들리에(Chandelier),’ 300가지 색상이 사용된 작품들이 진열돼있는 ‘마키아 포레스트(Macchia Forest),’ 대형 온실 같은 ‘글래스 하우스(Glasshouse),’ 해양 생물 모양의 작품으로 구성된 ‘시 라이프(Sea Life)’가 있다.

'이케바나 앤드 플로트 보트' 사진=윤재준기자
'이케바나 앤드 플로트 보트' 사진=윤재준기자

'샹들리에' 사진=윤재준기자
'샹들리에' 사진=윤재준기자

'마키아 포레스트' 사진=윤재준기자
'마키아 포레스트' 사진=윤재준기자

또 건물 밖에는 정원을 활용해 2014년 작품인 ‘더선(The Sun)’을 비롯한 유리 공예품들이 화단의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에너지를 내뿜는듯한 태양 모양의 작품 ‘더선’은 무게가 2000kg으로 1573개의 작은 유리 물체로 구성돼있다. 이곳의 작품들을 보면 정원에는 식물만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이 깨지게 된다.

치훌리 가든 밖 정원에 세워진 작품 '더 선.' 사진=윤재준기자
치훌리 가든 밖 정원에 세워진 작품 '더 선.' 사진=윤재준기자

정원의 꽃과 어울리는 치훌리의 유리 공예 작품들. 사진=윤재준기자
정원의 꽃과 어울리는 치훌리의 유리 공예 작품들. 사진=윤재준기자

치훌리 가든에서는 관람 시간 중에는 유리 공예가들이 어떻게 작품들이 만들어지는지 시범도 보여준다. 글래스하우스는 결혼식 장소 등 행사장으로도 임대되고 요가 교실 같은 특별 행사도 개최한다.


치훌리 가든이 위치한 시애틀 센터 단지내에는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타워와 대중음악과 공상과학 및 공포영화 전시물로 가득한 ‘뮤지엄 오브 팝컬처(Museum of Pop Culture)’도 있어 가면 일석삼조를 거둘 수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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