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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스타트업' 평가받던 위워크 급추락한 이유는?

뉴스1

입력 2019.10.05 11:15

수정 2019.10.05 11:15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글로벌 사무실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위워크의 기세가 확실히 꺾였다. 일단 미루고 미뤄오던 기업공개(IPO)가 결국 철회됐고 그러는 동안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낮아졌다.

위워크의 모회사 위코(We C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위워크의 IPO)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위워크 기업가치가 150억달러로 알려진 것보다 약 70% 낮춰 상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회사는 IPO 자체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

그러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위워크 공동 최고경영자(CEO) 세바스천 거닝햄과 아티 민슨은 수천명을 구조조정하고 관련 없는 사업들을 매각할 것이며 제트기와 같은 애덤 노이만 전 CEO의 사치품들도 모두 털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주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공동 메일에서 "어려운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IPO를 다시 추진할 수 있길 기대하는 만큼 우리는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운영관리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모든 측면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워크는 왜 이런 '시련'에 닥쳤을까. 올 초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기업가치를 470억달러로 평가받았는데 말이다.

일단 현재 재무 사정이 좋지 않다. 지금 갖고 있는 현금은 6월30일 기준으로 25억달러. 투자분석기업 샌포드번스타인의 크리스 레인 애널리스트는 현재 분기당 7억달러에 달하는 회사 지출의 속도를 고려할 때 위워크의 현금은 2020년 1분기쯤 동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부동산과 벤처캐피탈을 강의하는 노리 제랄도 리에츠 교수는 위워크에 대해 "성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술 취한 선원들처럼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로 설립 9년째인 위워크는 거의 매년 매출을 2배씩 늘려왔지만 동시에 일반 행정적 비용도 크게 증가했고 사무실 짓는 데 상당한 현금을 투자하면서 손실도 컸다. 즉 수익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 지난해 위워크는 매출 1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매출만큼이나 되는 16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쿼츠에 따르면 위워크가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들이는 일상적인 비용이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80%에 달했다. 그마저 2016년 때 99%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영업과 마케팅, 개발 등 다른 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올 상반기 위워크의 전체 지출은 매출의 190%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때와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 모델의 수익성 자체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7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위워크의 신용등급을 '정크'(junk) 수준으로 강등했다. 투자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뜻. 따라서 현재 위워크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초기 협상에 들어간 상태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 드러났다.

노이만 전 CEO는 2017년 10월 자신의 지분을 몰래 팔아 7억달러 상당의 개인적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한때 '카리스마적 선구자'로 불렸던 노이만 전 CEO는 회사를 자신의 애완동물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개인 제트기나 럭셔리 주택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하는 데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결국 지난달 25일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워크가 단기간에 너무 많은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가 '뻥튀기' 됐었단 지적도 나온다. 투자업체 퍼시피카글로벌에서 스타트업 고문으로 일하는 에반 엡스타인은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평가가 실제 그 기업의 가치를 부정확하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직원이나 보통주주들의 재무적 판단으로 평가된 가치가 아니라 설립자와 투자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벤처투자자들이 기업 주식을 매입할 때마다 높아진 주당 가격에 따라 전체 기업가치가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새 투자자가 500만달러를 투자해 기업 지분 10%를 샀다고 할 때 전체 기업 가치가 5000만달러가 된다고 간주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경영 쇄신 발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설립자로부터 투자자들에게 권력이 이양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등 기존 투자자들은 위워크가 파산이 이르지 않도록 '울며 겨자먹기'로 더 투자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그나마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

리에츠 교수는 폭스뉴스에 "소프트뱅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그들이 위워크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아마 파산할 것이다. 위워크가 시작해놓고 아직 끝내지 못한 사무실 사업들에서 어떤 부가가치라도 얻으려면 진행 중인 것들을 일단 끝마쳐야 한다.
비용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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