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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금감원의 제재심 딜레마 해법은?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3 16:08

수정 2020.01.23 16:08

[윤중로] 금감원의 제재심 딜레마 해법은?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은 설 연휴 이후 오는 30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제3차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다.

그 결과에 따라 제재심 당사자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재심에 앞서 사전 통보한 대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연임이 불투명해지고, 차기 유력한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 꼽히는 함 부회장도 차기 회장 도전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당 금융지주 입장에선 사활을 걸고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함 부회장에 대한 1차 제재심은 9시간, 손 회장에 대한 2차 제재심도 4시간40분 동안 마라톤 심의가 진행됐다. 지난 2018년 제재심이 대심제로 전환되면서 금감원과 해당 금융사 간 대면 공방 방식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심제 도입 후 평균 심의시간이 2시간26분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이제 관심은 3차 금감원 제재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해당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지배구조 문제를 비롯해 향후 경영전략, 인사문제 등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금감원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금융지주사들이 희망하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가 내려질 경우 중징계를 요구하는 피해자들, 시민단체의 반발과 함께 향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CEO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또 '문책경고'가 나오더라도 금감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해당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DLF 사태가 발생한 만큼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한 CEO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은행들은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금융사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통제 위반·실패 등에 대해 CEO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법리 다툼으로 갈 경우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CEO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현행법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중징계 결정은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금감원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감원이 감독당국의 권위를 앞세워 무리한 결정을 유도한다면 당장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결책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재발을 막고, 재발 시 확실하게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법을 보완하는 것이다. 현재 내부통제를 위반하거나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당 은행 CEO에 대해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그건 금감원의 책임이 아니다.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무리한 중징계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리를 진행하고 법에 따라 결과를 수용하면 된다. 오히려 이 기회를 활용해 미비한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법 통과를 유도하는 게 금융당국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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