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람보다 4000배 빠르게… 수만장 소송자료 AI가 분석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9 16:50

수정 2020.02.09 16:50

구재학 프론테오코리아 대표
자체 개발한 AI ‘키빗'
행간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분석
국내 로펌에 법률증거 수집 지원
사람보다 4000배 빠르게… 수만장 소송자료 AI가 분석
소송에 필요한 문서는 적게는 수백 장 많게는 수만 장이다. 변호사 혼자 방대한 소송자료를 분석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프론테오코리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개발해 법률분야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론테오코리아는 '법률(Legal)'과 '기술(Tech)'을 합친 리걸테크기업이다.

최근 서울 테헤란로 프론테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구재학 대표(사진)는 "법률분야 데이터 분석이란 메일, 문서 등 방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소송에 쓰일 법률 증거를 찾는 일"이라며 "제한된 시간에 수많은 컴퓨터 파일에서 법률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어 "프론테오코리아 본사인 프론테오가 자체 개발한 AI '키빗(KIBIT)'은 사람보다 4000배나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찾는다"면서 "문장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의미 외에도 행간에서 찾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와 문서 간 관계 분석을 통해 숨겨진 의미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키빗은 법률 증거를 찾기 위해 파일에 있는 단어를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언어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인 형태소를 분석한다"며 "문장을 쪼개서 똑같은 단어가 주어로 쓰였는지 목적어로 쓰였는지를 분석해 정확한 의미를 도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 관련 문서, 핵심 단어를 입력하면 키빗은 이를 스스로 학습(머신러닝)해 관련 문서를 찾고 분석한다. 키빗은 단어가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석하면서 처음 문서와 유사한 문서와 문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프론테오코리아는 국내 로펌과 협력 관계로 일한다. 로펌이 법률자문을 제공하면 프론테오코리아는 법률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한다. 법률뿐 아니라 의료, 금융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사업군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부 정부기관에서도 프론테오코리아 서비스를 사용한다.

구 대표는 프론테오코리아는 e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지원 서비스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란 미국 등 영미법계 민사소송 절차로 정식 변론에 들어가기 전 원고와 피고가 증거를 서로 공개하는 제도다. 상대방의 증거 공개 요청을 거부헐할 경우 근거를 대지 못하면 처벌을 받는다. 정보를 공개하고 재판을 시작하기 때문에 원고와 피고가 대등한 입장에서 소송이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구 대표는 "국내에는 아직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어 현재 관련 주 고객은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국내 기업"이라면서 "국내 기업 중에도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상대 기업 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지식재산 시장을 더욱 공정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등 지재권 보호 강화를 위해 법령을 지속 정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 대표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기본적으로 서로 가지고 있는 증거를 상호 공개해 증거가 한쪽에만 존재하는 정보의 편재를 극복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국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시 증거를 추리는 작업이 무척 중요해진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한된 시간 내에 정해진 과정을 통해 분석해야 한다.
프론테오코리아는 이같은 작업을 원활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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