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초등 저학년 우선등교에 교사, 학부모 반발 확산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4:08

수정 2020.05.06 17:04

"거리두기 사실상 어려워 탁상행정 불과"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발표한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발표한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여곡절 끝에 교육부가 등교 개학 시기를 발표했지만 방역 상황을 최종 점검하고 있는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날씨가 급격하게 더워지고 있지만 비말(침방울) 감염 우려로 에어컨을 가동하기 어려운데다 교실과 식당 등에서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6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초등 저학년 우선 등교 개학 카드를 꺼낸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현직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들이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노원구 초등학교에서 3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37)는 "교육당국의 지침대로 학교가 등교 개학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교실과 식당 거리두기 등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최근 날씨가 부쩍 더워지며 등교 이후 에어컨 가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문의도 늘고 있지만 아직 별도의 지침이 없는 상태"라며 난감한 상항을 토로했다.

■초등생 거리두기 사실상 불가능
학교 현장에선 교육부 지침에 따라 등교 시간을 학년별로 겹치지 않게 분산하고 교실 책상 배치도 바꿔 앞뒤 좌우 간격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실의 공간이 제한돼 있어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이 경우 교실 크기는 작고 몸으로 하는 체험형 활동은 많아 거리유지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교사들은 급식 분산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존에도 급식 관리가 어려웠던 식당을 학급별로 나누고 한 줄을 건너 띄고 앉히는 등의 조치를 할 경우 늦게 먹는 학생들은 식사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지만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하고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5월 들어 급격히 더워진 날씨도 문제다. 교육부는 당초 코로나 감염 우려에 교실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가동을 금하는 지침을 내렸다. 경기도 부천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41)는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하더라도 부쩍 무더워진 날씨를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독감의 경우도 고학년보다 저학년 사이에 더 빨리 퍼지는데, 저학년 먼저 등교 개학을 한다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 4일 등교 개학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지적에 "방역당국과 곧바로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받아 학교현장에 새로운 지침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학부모 등교 재개 반대 청원 쏟아져
경기도 안양에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싱가포르에서도 학교에서 재확산이 됐다고 들었다"며 "한 교실에 학생이 30명이 넘는데 좁은 교실에서 거리두기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 재개에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10건 이상 게시됐다. 6일 오후 1시 기준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 우선 등교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3만7900여건의 동의를 얻었다. 등교 선택권을 보장해 달라는 청원은 1만9000여건, 초등 저학년의 5월 등교를 재고해달라는 글엔 1만3000여건의 동의가 각각 더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피로감과 긴급돌봄의 한계로 등교 개학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등교할 때 온도체크와 대학의 안심강의실 같은 2m씩 떨어져 앉는 방역, 교실 통풍과 같은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성균과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 저학년의 우선 등교에 대해 "활동량도 많지만 부모의 손을 타기 때문에 가정별로 교육 여건이 양극화 될 수밖에 없다"며 "자기주도학습력이 떨어지는 만큼 우선 등교 개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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