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00명 넘는데 1명이 담당
보건교사회 "1900명 이상 필요"
유치원은 전국 통틀어 1명 불과
보건교사회 "1900명 이상 필요"
유치원은 전국 통틀어 1명 불과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중지된 뒤 80일 만에 학교 교문이 처음 열리게 됐지만 교육계에서는 보건 인력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학교 내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교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학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3 등교 첫날 인천과 안성의 75개 고교의 등교중단 사태 등이 벌어지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전국 1만1943개 학교 중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곳이 1741곳에 이른다. 교육당국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퇴직 보건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파견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 보건교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보건교사 인력 '10년 전 그대로'
차미향 한국보건교사회장은 "전남 등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간호조무사를 배치한 경우가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학교를 보건교사 1명이 담당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아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000명이 넘는 초·중·고등학교가 서울에만 177곳에 이른다.
법적으로는 간호사도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보조인력으로만 채용할 수 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간호사를 보건교사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에선 간호사 채용에 따른 급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차 회장은 "적절한 보수와 적합한 내용을 제공하고 뽑아야 하는데, 의사를 뽑는데 간호사 수준의 월급을 주면서 오라고 하면 오질 않는다"며 "적절한 보수를 주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사람이 안온다고 간호조무사를 뽑는 것은 학생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교사들의 업무 가중도 문제다. 보건교사들은 2009년부터 매년 17차시의 보건수업을 진행하면서 업무가 늘어났지만 인력충원은 없었다. 한국보건교사회는 전국 32학급 이상의 학교에 1900명 이상의 보건교사 충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차 회장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또 확충에 대한 이야기가 사그라들 텐데 경제 논리를 떠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은 보건교사마저 없어
27일 등원을 앞둔 유치원도 집단감염에 속수무책이다. 전남도교육청이 조사한 '전국 국공사립 학교 보건교사 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에 있는 정식 보건교사 수는 단 1명뿐이고 전담보건인력은 49명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7~10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국공립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6.4%가 "유치원 정상 등교에 따른 집단감염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교육부에 △유아 안전을 위한 수업일수 감축 △유치원생에 대한 안전 대책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낸 상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보건인력 충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고, 보건인력 배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도교육청에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수업일수를 줄이는 것은 현장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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