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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초저금리 시대 자산버블 경계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6 17:37

수정 2020.06.16 17:37

[한미재무학회칼럼] 초저금리 시대 자산버블 경계해야
리치 포 일드(Reach for Yield). 이는 초저금리 시대에 단 1%라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라면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새 이슈화된 신조어이기에 딱히 적합한 의역을 찾지 못했는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만 좇는 묻지마 투자"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리치 포 일드는 앞으로 한국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화두가 될 듯싶다. 향후 몇 년간은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한국으로 말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2022년까지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를 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앞다퉈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 불황에 따른 팽창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저금리 정책은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 또한 증가시켜주기 때문이다.

리치 포 일드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 입장에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관해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에서는 재무경제학 연구들을 토대로 수많은 정책실험과 논의를 해왔다. 필자가 최근 재무경제학 최고 권위의 톱저널인'저널 오브 파이낸셜 이코노믹스'와 '리뷰 오브 파이낸셜 스터디'에 출간한 연구에 따르면 각국 규제당국은 다음과 같은 리치 포 일드의 악영향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는 자산가격에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버블은 자산 리스크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게 형성이 됐다는 뜻이다. 안전자산 금리가 0%에 가깝게 될 때 투자금은 고위험 자산에 쏠리게 되고, 최종적으로 가격버블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낮을 경우 더 쉽게 일어나는데, 부동산 가격급등 및 가상화폐와 같은 투기성 자산에 버블이 형성되는 것 또한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버블은 언젠가 꺼지게 되고, 그 피해는 개인투자자들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에 집중되기 십상이다.

둘째는 하방리스크에 따른 투자자 피해 증가다. 2019년에 일어났던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사태 그리고 최근 라임펀드 사건이 좋은 예다. 이들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불완전판매에 의한 소비자 피해로 볼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급증하는 P2P 대출사기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초저금리 사태가 지속되는 한 투자자들은 단 1%라도 높은 수익을 위해 이런 위험자산을 찾아다닐 것이고 이는 곧 소비자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리치 포 일드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자산가격 버블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조차 투자금이 몰리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라젠 사태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한때 3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버블에 불과했고 투자금액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는 이상 리치 포 일드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 수입이 없는 은퇴자 및 저소득계층일수록 수익률을 좇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

최재원 美 일리노이대·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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