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미생물에서 플라스틱 처리 방법을 찾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9 14:47

수정 2020.07.29 14:47

플라스틱을 소화시키는 애벌레
미세플라스틱 먹는 플랑크톤
플라스틱 쓰레기. 게티이미지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1846년 인류가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후 이제는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법이 문제다. 소각할때 유해가스가 나와 공해를 유발하고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기 위해 작은 벌레와 미생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효소다. 이 효소는 생물체 내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말하는데 주로 박테리아에서 나온다.


2016년 일본 교토대학교 고분자연구소 요시다 쇼스케 박사팀이 페트(PET)병을 먹는 신종 박테리아를 발견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후 박테리아 안에 있는 특정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국내 과학자들도 이와 관련된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등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지닌 생물들을 찾아 연구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식물성 플랑크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식물성 플랑크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미세플라스틱 먹는 플랑크톤
해외 연구진이 지난 23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지금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육상에 있는 플라스틱은 수거해 처리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해양에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수거할 방법조차 없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희식 세포공장연구센터장 연구팀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만들었다. 폴리에티렌을 분해하는 효소로 알려진 'PETase'의 아미노산 서열을 이용해 식물플랑크톤에 적합하도록 유전자를 합성한 것이다. 연구진이 만든 플라스틱 분해 플랑크톤은 세계 최초다.

연구진은 새로 만든 플랑크톤으로 음료수 페트병을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김희식 센터장은 29일 "제1차 생산자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약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한다면 모두 분해할 순 없어도 오랜 시간 놔두면 계속적으로 분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맴돌이거저리의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포스텍 제공
산맴돌이거저리의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포스텍 제공
■플라스틱을 소화시키는 애벌레
아메리카왕거저리 애벌레도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애벌레의 장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분해한 것이다.

DGIST 김대환 교수와 기초학부 학생들이 아메리카왕거저리 애벌레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슈도모나스'를 발견했다. 슈도모나스 박테리아는 특히 분해가 어려운 폴리스티렌을 분해했다. 실험결과 슈도모나스 내 효소 중 하나인 세린계 가수분해효소가 플라스틱 생분해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DGIST 연구진은 플라스틱 분해와 관련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대환 교수는 또 다른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을 분해시키는 박테리아와 효소를 찾고 있다.

또 지난해 생명공학연구원 유충민 박사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애벌레로부터 폴리에티렌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벌집의 구성물질인 왁스와 폴리에티렌이 유사해 꿀벌부채명나방이 먹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특이한 것은 애벌레의 장내 박테리아를 모두 제거했는데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이 분해됐다. 실험결과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분해할 때 특별한 효소인 에스터라아제, 라이페이즈, 시토크롬 P450가 나타났다.

이외에도 포스텍 차형준 교수 연구팀도 산맴돌이거저리의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효소가 실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데 사용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희식 센터장은 "이 플라크톤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로 환경영향평가나 독성평가나 이런 프로세스를 다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플라스틱 종류만큼이나 이를 분해할 수 있는 다양한 효소를 찾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지금보다 더 빠르고 많이 배양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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