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본색 드러낸 中 반도체 굴기...韓 기업들 "보고도 안 믿긴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4 17:27

수정 2020.08.04 20:33

본색 드러낸 中 반도체 굴기...韓 기업들

[파이낸셜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ARM 차이나 쿠데타' 사건은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를 사실상 탈취해 반도체 굴기를 현실화 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지분 투자를 거의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中지분 최소화로 안전장치 마련
4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법인의 지분 절반을 넘길 수 없다는 이른바 '50% 룰'과 관련 중국 정부와 합의해 규제를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51%가 중국 측 지분인 ARM 차이나의 경우와 달리 진출 초기부터 지분을 섞지 않으면서 위험을 차단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생산거점인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우시에 메모리 공장을 세운 SK하이닉스도 일부 후공정 라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 지분을 본사가 갖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도 중국 내 합작 법인인 쓰촨현대의 중국 측 합작 파트너로부터 지분 100% 매입을 허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50% 룰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중국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탄력적으로 규제를 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지분 구조 외에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중국 현지의 운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의 핵심 관리자들은 모두 한국인으로 채용해 한국에서 보낸다"며 "반도체업 특성상 근로자들은 한 파트에서만 일할 뿐, 모든 공정의 레시피를 알 수 없어 기술 탈취가 불가능하다. 만약을 대비한 컨티전시 플랜도 당연히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ARM 차이나 쿠데타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글로벌 상식을 깨고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사례를 통해 전세계에 울리는 경각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ARM 차이나 사태 뒤엔 中정부"
반도체 업계는 ARM 차이나 독립은 중국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ARM 차이나 역시 공개서한에서 중국 정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ARM 차이나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합작 회사이며 중국 법률을 준수하고 중국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ARM 차이나가 직면한 혼란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속하게 개입해 주주 분쟁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ARM 차이나 독립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천기술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공유하거나 전 세계적인 비난을 감수하고 내수용 반도체를 양산하는 기반을 다질 수도 있다.

실제로 ARM 차이나는 반도체 굴기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ARM 차이나는 "우리는 열심히 연구개발하고 일해서 2년 안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IoT 플랫폼 등을 출시하고 양산했다"며 "시장과 고객에 의해 인정받았고 2019년 합작 투자 수익은 매년 약 50%씩 증가해 ARM의 글로벌 설계자산(IP) 비지니스의 27%를 차지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선 소프트뱅크가 매물로 내놓은 ARM의 유력 매수자가 미국 엔비디아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ARM 차이나는 영업 기능만 있는 껍데기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ARM 본사의 허가 없이 독자 경영은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ARM 간판을 떼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비난을 감수하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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