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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쏟아지는 유통규제, 소비자는 안중에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8 18:05

수정 2020.09.28 18:05

정부의 규제 칼바람에 유통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대형마트 출점제한, 강제휴업 연장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은 이미 통과됐다. 이것만 해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더 센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설마 그 황망한 법안들을 별 논의 없이 처리할까 싶지만, 최근 행태를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 심히 걱정이 된다.

대형마트 각종 영업규제는 올해로 10년째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유효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는 어디에도 없다.
고강도 마트 규제가 멀쩡한 일자리를 빼앗고, 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상인들에게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은 수도 없이 나왔다. 이제야 이 제도의 종말도 보겠거니 생각한 이들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것이다.

국회에 오른 유통 규제법안들은 현란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기는커녕 복합쇼핑몰·백화점·아울렛·면세점까지 한달에 두 번 일요일 문을 닫으라는 내용이다. 쇼핑몰에서 모처럼 주말 휴식을 준비하던 가족단위 방문객은 집에 있거나, 전통시장을 가거나 하라는 이야기다. 소비자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전통시장 20㎞ 이내 대형 매장을 짓지 못하도록 한 법안엔 말문이 막힌다. 기존 1㎞ 제한도 성에 안 차 20㎞까지 넓힌 것은 더 이상 신규 대형마트는 필요없다는 말과 같다. 온라인몰 규제 법안 역시 난데없다. 전년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온라인몰은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골목상권을 지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해외에선 100년 넘은 백화점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잇달아 파산을 선언하는 시기다. 국내 대형업체는 저마다 생존전략으로 분주하다. 유통 패러다임은 비대면 특수와 맞물려 온라인 중심으로 가히 혁명기를 맞고 있다.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법은 이들 업체의 길을 막아서는 데 있지 않다. 철저히 혁신으로 재무장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유통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 뒤에는 오로지 표에 목을 매는 정치가 있다.
정치에 찌든 유통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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