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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광화문광장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8 18:00

수정 2020.11.18 18:00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개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개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서양의 도시들은 고대부터 대개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가 그 실례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도 광장을 도시의 핵심으로 두는 전통은 이어졌다. 런던의 트래펄가나 파리의 콩코르드 같은 구대륙의 광장뿐 아니라 신대륙인 미국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서구의 광장은 늘 시민의 안식처이자 정치적 열기로 뜨거운 이중적 공간이었다. 도자기 파편에 이름을 적어 잠재적 독재자를 추방한 아고라와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세운 콩코르드광장이 그랬다. 반면 동양권의 도읍에선 마당이나 장터 같은 소규모 공터가 전부였다. 근대화 이후 중국의 톈안먼이나 우리나라의 5·16광장(현 여의도공원)이 생겨나긴 했지만…. 어찌 보면 오세훈 전 시장 때 완공된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휴식처이자 시위의 메카가 되면서 비로소 서구적 광장이 등장한 형국이다.

서울시는 16일 광화문광장을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을 조성하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재정비안은 세종문화회관이 위치한 서쪽의 광장을 확장하고 도로는 미국대사관이 있는 동쪽에만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처럼 양쪽이 차도로 차단돼 접근이 어려운 결함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애초 중앙정부도 부정적이었지만,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이에 반대하면서 큰 역풍을 만났다.

서울시 안대로라면 800억원의 공사비에다 각종 부작용도 문제다. 예컨대 지금도 심한 러시아워 교통정체는 3~5개 차로를 축소하면 불문가지다. "서울의 역사성을 살리는 것도 아닌데 고작 나무 몇 그루 더 심자고 차로를 줄이느냐"는 불만이 제기되는 근거다.
몇몇 전문가들은 "'차 없는 거리'처럼 주말에 한쪽 도로를 막아 광장을 넓히는 효과를 거두면 된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광화문광장 개조를 결심한 박원순 전 시장도 유고인 마당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시민 여론수렴 없이 무리하게 이를 강행할 이유는 없을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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