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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래를 보지 않는 20대 '영끌족'

[기자수첩] 아래를 보지 않는 20대 '영끌족'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어요."

최근 20대의 주식투자 열풍을 어떻게 진단하느냐는 물음에 한 경제학 교수는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투자법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는 모아둔 여윳돈이 없더라도 빚을 내 투자하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오죽하면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무조건 오른다는 판단에 거리낌 없이 신용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15일까지 20대 투자자들의 신규 개설 증권계좌 수는 315만7376개에 이른다. 일부 중복개설을 감안하더라도 20대 인구(680만1637명)의 절반가량이 주식에 도전했다.

물론 이른 시기에 자본시장을 경험해보는 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주식은 기업의 자금공급 역할이라는 대전제 속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의 내용이다. 30대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잔액(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주식 매수대금의 융자)는 지난해 말 1624억원에서 9월 말 4178억원으로 1년도 안 돼 157.3% 폭증했다. 현재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이 42%대를 맴돌며, 역대 최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소득 투자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주식시장에 진입한 20대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주식은 떨어질 수 있음에도 위만 바라본다. 지금 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의 '돈풀기'로 이뤄진 이례적인 호황을 보이는 중이다. 상승장만 경험해본 세대는 하락장의 공포를 모르기 마련이다. 지난 2006년 4월 빚을 갚지 못한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버리는 반대매매 금액은 하루 580억원을 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렵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선례는 상승장만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손실이 나더라도 일상생활에 영향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투자하라"고 당부했다. 이성적 판단을 함에 있어 여유는 필수적이다. 반면 우리의 20대는 절박함으로 투자한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게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뜻대로 풀리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부디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