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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벼락거지’ 시대의 청년들

[기자수첩] ‘벼락거지’ 시대의 청년들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일반인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지만 쓰임새보다는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비트코인 규제를 발표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며 불법이 아닌 이상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약 23만명이 동의했고, 당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 폭락, 거래소를 통한 사기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잠깐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그 후 약 2년 동안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화두는 오로지 부동산이었다. 과거처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을 빨리하는 사람보다 부동산 투자로 재테크에 성공한 선배가 후배들의 존경(적어도 부러움)을 받았다. 회사는 직원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지만 아파트의 미래는 견고하고 튼튼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9년 대기업 평균 연봉은 1.79% 상승했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87% 상승했다. 2014년에는 대기업 직원이 숨만 쉬고 돈을 모으면 서울 아파트를 사는 데 7.6년이 걸렸지만 2019년에는 13.9년으로 늘었다.

정부가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200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 지수는 3월 1400까지 급락했고, 이후 급등해 현재는 2800을 넘었다. 청년들은 '영투' '빚투'에 나서며 주식에 올인했다. 비트코인도, 부동산도 놓친 데다 월급만 바라보고 있다간 '벼락거지(갑자기 거지 신세가 되는 것)'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돈을 찍어내는 정부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은 상승세다. 돈의 가치가 떨어질 때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은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으로 향후 5년간 청년의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와 문화, 참여와 권리 등 5개 분야의 정부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쉽다. 우리의 청년정책도 온실가스 저감정책처럼 앞으로 3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논의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