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페스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성범죄 일종 vs 창작물 몰이해"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1 07:00

수정 2021.01.21 14:09

[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게시된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은 게시 9일만에 2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11일 게시된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은 게시 9일만에 2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알페스'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에 동의한 인원은 20만명이 넘었다. 국회의원까지 나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실존 인물을 소재로 작성되는 소설을 뜻한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적나라한 성관계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글이 판매되면서 '성범죄' 논란이 일고 있다.

■"알페스, 폭력·범죄의 문제"
알페스를 보는 의견은 제각각이다. 이용자 처벌 요구는 남성 아이돌을 성적으로 대상화 한 성범죄와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나왔다. 다만 아이돌 팬들이 만든 소설의 일종이라는 특성 상 'n번방'이나 음란물로 만들어진 '딥페이크'와는 다른 속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게시된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은 2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게시자는 "피해자 상당수는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갓 사회 초년생이 된 아이들"이라며 "잔인한 성폭력 문화에 노출돼 받을 혼란과 고통이 짐작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알페스 등의 제조자 및 유포자 110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알페스가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조하는 '딥페이크' 등의 성착취물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딥페이크나 알페스 모두 연예인들이 성적으로 대상화가 되고 대상들이 성적 수치심을 호소하는 만큼, 동일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페스는)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 폭력과 범죄의 문제"라며 "신종 성범죄로 떠오른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를 일괄 소탕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알페스' 관련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사진=뉴스1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알페스' 관련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사진=뉴스1

■"성착취물 간주 어려워, '팬픽' 몰이해"
반면 알페스를 '성범죄'의 일종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알페스가 '팬 픽션'의 일부인 만큼, 표현의 자유가 일정하게 보장되는 창작물과 성착취·음란물인 'n번방'·'딥페이크' 등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페이스북에 "오래된 강간문화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만나 열린 '소라넷-디지털 성범죄-n번방' 이후의 '이루다 사태'와 알페스 문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제2의 n번방'이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팬 픽션'에 대한 몰이해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어났다는 시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알페스는 문화로 봐야 하며, 문제를 제기한 연예인들과 같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창작물) 때문에 알페스를 없애자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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