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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병' 또 나왔다..."조선인이 독 풀고, 아베가 인공지진 만들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5 18:01

수정 2021.02.15 18:11

日 트위터 인종차별 가짜뉴스, 루머 한 때 확산 
일본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도쿄 거리 풍경. 로이터 뉴스1
도쿄 거리 풍경.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13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강진(규모 7.3)이후 일본 소셜미디어(SNS)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인종차별성 가짜뉴스와 이번 지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만들어낸 '인공지진'이라는 근거없는 루머가 한 때 확산됐다. 지진 공포 등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책임을 전가하거나 증오의 대상을 찾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마이니치신문은 '지진때마다 떠도는 루머와 차별적 발언,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발생한 강진을 둘러싸고 또다시 차별적인 발언, 루머,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 유튜브 등에 난무했다"며 "재해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 직후 일본 트위터에는 '조선인 혹은 흑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가짜뉴스가 올라왔다. 과거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퍼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흉내낸 것이다. 당시 거짓 소문을 그대로 믿어버린 일본인들은 무고한 조선인들을 폭행, 학살했다.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이 6000명 이상이라는 기록도 있다. 신문은 "관동대지진 당시에 비해 지금은 정보의 확산 속도가 현격히 빠르다"고 지적했다.

해당 트윗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비판을 쏟아냈고, 문제의 트윗을 올린 트위터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한 네티즌은 "재일 한국인 분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간토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최저·최악의 차별 선동"이라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발생한 지진으로 암석 덩어리들이 도로에 떨어져 있다. AP뉴시스
지난 13일 발생한 지진으로 암석 덩어리들이 도로에 떨어져 있다. AP뉴시스

일본 트위터에는 이번 지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만들어낸 인공지진'이라는 근거 없는 글도 나돌았다. 이 때문에 한때 일본 트위터에선 '인공지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신문은 "지하 핵 실험 등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번 지진같은 강진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마이니치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거짓 정보가 쉽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 지역에선 '외국인 범죄가 횡행한다'는 가짜뉴스가 쏟아졌는데, 도호쿠대학 연구진이 미야기현 센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0% 이상이 그 소문을 실제로 믿었다고 답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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