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주식보다도 과한 코인 과세… 때리기보다 제도화가 먼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2 18:41

수정 2021.05.12 18:41

<3> 여야 의원 3인 지상대담
불법은 단속하되 투자 건전하게
전세계적으로도 제도화 속도 붙어
국내도 가상자산산업법 반드시 필요
정부,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도 안되는데
내년부터 세금 걷겠다는 건 '모순'
급성장하는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술
현재의 대응만으론 경쟁력 뒤처져
혁신산업으로 보고 육성 논의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가상자산 시세 급등과 투자자 증가로 가상자산 산업 제도화에 대한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디지털 금융산업의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고,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투자자가 많고 관심이 높다고 가상자산을 제도화할 수는 없다며, 투자자 보호 방침조차 마련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남다른 식견을 드러내고 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 3인의 국회의원 지상대담을 통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정책의 방향과 쟁점을 짚어본다.

3인의 국회의원은 일제히 가상자산산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욱 의원은 "과거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권 내에서 시장을 더 공정하게 만들고, 불법적인 요소를 단속해 투자자들이 건전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손놓고 있으면 안돼…입법 필요"

김병욱 의원은 법조계, 학계, 산업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행하고, 불공정거래가 있을 경우 수익을 몰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상자산업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광재 의원은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의 불법행위는 규제하지만 제도화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미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산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의원도 현재 가상자산법안을 준비 중이다. 권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가상자산법안의 시급한 발의와 처리가 중요하며 정기국회 내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의 빈틈으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투자정보 의무를 제공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별도보관하는 등 이용자 보호 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가상자산업권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가운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권은희 의원은 "정부가 오는 6월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이며 불법행위 등을 집중단속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허위공시 등 여러 불공정거래를 처벌할 근거가 미비하다"며 "규제 공백기에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도 "거래소들도 기준을 높여 실효성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프로젝트 기반의 코인들에 건전한 투자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투자금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설계된 건실한 금융 프로젝트로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책 없는데 과세만?…모순"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주식에 대해서는 2023년부터 과세가 시작되고 5000만원까지 공제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세금 제도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3인의 국회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과세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가상자산을 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제도도 마련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물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동의하지만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를 제도권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부과하겠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며 "과세 시기를 내년으로 할지, 주식 양도세 도입 시기인 2023년으로 할지 등을 정부·국민과 함께 논의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도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과세는 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모순된다"고 했다. 권은희 의원은 "투자자 보호는 하지 않겠다면서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는 가상자산 관련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기며 일본은 잡소득, 독일은 기타소득으로 규정해 과세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일본만 해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청 승인을 받은 가상자산만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에 두고 있다"며 "정부가 가상자산을 세금 부과 대상으로 정한 만큼, 제도권 내에서 시장을 더 공정하게 만들고 불법적인 요소를 단속·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이 건전한 투자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정책 컨트롤타워 시급"

세 의원은 국가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금처럼 주무부처 없이 국무조정실에서 협의체 형식으로 현안 대응에만 급급한다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경쟁력에서 국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을 매개로 움직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의 의지에 따라 향후 한국이 글로벌한 산업경쟁력을 갖는 금융선진국으로 성장할지 여부를 결정 짓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가상자산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로 가는 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의원 역시 한국에 건전한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상자산 주무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금처럼 주무부처 없이 국무조정실에서 협의체 형식으로 현안 대응에만 급급해한다면 블록체인 기반 기술,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담론 형성, 정책 발굴, 정책 이행 등 전 과정을 이끌고 갈 주무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과세나 불법행위 단속 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기존에 혁신산업을 육성해본 경험이 있는 정부부처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산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은희 의원은 아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관장하는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그 성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관련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블록체인이라는 데이터 분산저장기술이 디지털계약, 공공기록, 지불결제, 전자투표, 전자상거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성이 높기 때문에 신기술 발전 차원에서 국무총리가 직접 이끄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주무부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첫 입법이라 할 수 있는 특금법에 대한 평가도 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의무 △자금세탁방지 의무 △실명확인계좌 개설 의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의원들은 특금법에 가상자산 관련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제히 질타했다. 권은희 의원은 "금융위는 이에 대해 '국제기준에 맞춰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며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면서 세금을 걷겠다는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3선인 이광재 의원은 재단법인 여시재를 이끈 바 있다.
여시재는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를 향해 가상자산 제도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원내대표인 권은희 의원도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에 미온적인 정부를 비판하며 법안을 준비 중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영일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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