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부작용 겁나 백신 안맞으면 더 위험… 11월 집단면역 도달" [fn이 만난 사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8:23

수정 2021.05.31 18:23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효과
접종 후 돌파감염 발생해도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 안돼
연내 한국산 백신 출시 전망"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백신 접종을 하면 코로나19가 인간의 통제 아래 놓인다며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백신 접종을 하면 코로나19가 인간의 통제 아래 놓인다며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코로나19를 '호랑이'라고 생각해보자.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15%가 병원에 있고, 5%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2%가 사망한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면 '호랑이'가 '길고양이'로 변한다. 그렇게 되면 죽는 사람은 없어진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 인간의 통제 아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설립을 주도한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은 5월 3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호랑이에 비유해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비용효율적인 전염병 예방방법"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백신 부작용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홍역백신도 부작용이 있다"면서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홍역에 걸려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예방접종을 받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능하다"면서 "백신 공급이 변수지만,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개발과 관련, "올해 안에 한국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예방접종률이 높지 않다. 그 이유는.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6월 백신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까지 백신의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모든 종류인 8종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전염병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백신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실험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백신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11월쯤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백신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이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배울 점은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미군이 새로운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과 매우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

▲백신 접종에 대한 즉각적인 부작용은 화이자 mRNA 백신이 더 크다. 하지만 AZ 백신은 10만분의 1에서 심각한 합병증인 혈전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도 AZ 백신의 부작용 때문에 접종대상을 30세 이상으로 결정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백신도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홍역백신도 부작용 위험이 높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질환으로 인해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필수로 접종한다.

―한국 정부는 11월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더 빨리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도 있다. 한국은 백신을 접종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공급이 가장 큰 변수다.

―우리나라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미국도 백신 접종자들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조금 일찍 내려졌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상당히 많다. 문제는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 벗을 수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한다.

―국내에서 21개 국내 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첫 번째 한국 백신은 언제 출시될까.

▲한국기업 중 최종 시험단계인 3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백신이 있다. 따라서 올해 말 이전에 백신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백신접종이 효과가 있을까.

▲현재 백신들이 지금까지 발생한 돌연변이에는 효과가 있다. 실제 존슨앤드존슨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은 둘 다 남아프리카에서 테스트됐고, 변종에도 효과를 보였다. 시험관 작업에서도 효과를 얻었다. 중국 백신, 인도 백신, 북미와 유럽 백신들은 모두 시험관에서 교차보호의 증거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여전히 감염되는 '돌파감염' 의심사례가 관찰됐다. 백신의 효과가 없는 것인가.

▲백신은 감염을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질병을 예방하는 경우가 많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65.5%의 무증상 감염으로부터 예방효과가 있다. 백신은 감염을 막을 수 없지만 심각한 질병, 입원, 사망을 예방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를 호랑이라고 생각한다면 15%가 병원에 입원하고, 5%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고, 2%의 사람들이 사망한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하면 호랑이가 길고양이로 변한다. 감염이 돼도 그것 때문에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질병으로 바뀐다는 게 중요하다.

■제롬 김 사무총장 약력
△62세 △미국 하와이 출생 △하와이대(마노아캠퍼스) 생물학·역사학 학사 △예일대 의대 졸업 △듀크대 의대 전문의 취득 △미국 국립군의관 의과대학 교수 △미 육군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연구 프로그램(MHRP) 수석 부책임자 △제3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현)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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