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코로나 장기화에 자영업자 최소 22명 극단선택…경영난·우울증 시달려(종합)

뉴스1

입력 2021.09.15 17:13

수정 2021.09.15 17:21

15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서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모습. 2021.9.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5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서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모습. 2021.9.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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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활고 등으로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최소 2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3~14일 제보 접수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최소 22명의 극단 선택 사례를 파악했다고 15일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여행업을 하던 구모씨가 8월 병원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대출금 상환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업을 했으며 여행업 손실보상 촉구 국회 앞 1인 시위에도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양 평촌역 부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B씨는 7월 가게를 폐업한 뒤 운명을 달리했으며 성남 정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C씨는 밀린 임대료 등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다 극단 선택을 했다.

대구 율하광장 부근에서 음식점을 하던 D씨도 올해 1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극단 선택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E씨가 세상을 떠났다. E씨는 신촌 매장의 건물주가 재계약을 해주지 않자 빚을 내 홍대입구역 부근으로 옮겼으나 계속되는 집합금지 조치에 월세와 이자, 직원급여, 기타유지비 등 경제적 부담이 불어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 범계역 인근 노래방 운영자 F씨는 임대 월세가 밀려 보증금도 못받고 폐업한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했다.

비대위는 "자영업자의 극단 선택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비대위 자영업자 오픈톡방에서 그러면 안된다거나 가족을 생각하라며 만류하고 서로 위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그간 정부의 집합금지나 인원·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고통을 토로해왔다.

비대위는 자영업자의 연이은 비극을 위로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뜻에서 16일부터 사흘간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 마포에서는 23년간 호프집을 운영해온 자영업자 A씨(57)가 비슷한 이유로 극단 선택을 했다. 100석 규모 가게를 운영했던 A씨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다 자택인 지하 원룸 보증금을 빼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고는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 주인 B씨도 12일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영업자의 연이은 죽음에 800여명이 참가하는 비대위 단체대화방 회원들은 프로필 사진에 '검은 리본'을 올리고 고인들을 애도했다. 한 참가자는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어땠을지 너무 애통하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남일 같지 않다"고 비통해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은 지난 1년6개월간 66조원 이상의 빚을 떠안았다. 폐업 매장도 45만3000개로 하루 평균 1000여개에 이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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