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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백신판 트로이 목마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6 18:04

수정 2021.09.26 18:04

트로이 목마(Trojan horse). 요즘 흔한 컴퓨터 악성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지만 본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용어다. 그리스 연합군이 내부에 전사 30명을 숨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보내 트로이 성을 함락하는 게 신화의 줄거리다.

이 신화는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원용된다. 자연이나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른바 '트로이 목마 효과'로 설명하면서다. 주로 도로상에서 타이어 마모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이 쉽게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경우가 그런 사례다.
미세플라스틱이 트로이 목마처럼 세균 등 유해물질을 숨긴 채 인체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피해를 준다는 뜻이다. 북한 정권이 행여 주민들에게 남쪽의 '불온한 기류'가 전파될까봐 개성공단 주변에 울타리를 친 것도 이 효과를 경계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외려 이 감염병의 확산세가 거세지는 역설이 그 하나다. 그러자 의료 전문가들은 이를 트로이 목마 효과로 풀이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임상 증상만 완화한 채 체내에는 바이러스가 여전히 존재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백신을 맞더라도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도 있어 과신해선 안 된다는 함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추석 연휴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동량이 많았던 명절 직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랍다. 방역당국 집계에 따르면 이미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백신의 트로이 목마 효과가 가시화한 느낌이다. 전 세계나 한 국가 내에서 60% 이상이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이런 부정적 효과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백신을 맞더라도 개개인이 한동안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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