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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종전선언 유화 메시지, 일희일비 말아야

평화무드 고무적이나
툭하면 변덕 대비해야
[fn사설] 北 종전선언 유화 메시지, 일희일비 말아야
지난 6월 2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틀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8개월 남은 문 정부 임기 중에 관계복원을 원한다는 화답으로 해석된다. 비록 '개인적 견해'라고 못 박긴 했지만,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데다 대외·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지도자급 무게감이 느껴진다.

김 부부장은 25일 담화에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 제의를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 평가한 것보다 일보 진전된 청신호이다. 특히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발언한 대목에서는 신속한 논의 의지가 읽힌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이례적인 북측의 잇단 유화 제스처는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전으로 돌려놓을 호기이다. 문 정부를 디딤돌 삼아 내년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과 명분을 조성해 놓으려는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다. 아울러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제는 김 부부장이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행위)"이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북측이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한 이 같은 이중기준을 없애기 위해선 유엔 제재의 해제·완화가 필요하다. 또 적대시 정책 철회의 배경에는 한미연합훈련 전면중단과 유엔사 해체 등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가로막고 있다.

때맞춰 미국, 인도, 호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들이 24일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낸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향해 실질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러시아 외무장관도 남북대화 지지의사를 밝혔다.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주변 평화무드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한 북측의 평화공세 이면에 숨어있는 속셈에 휘둘려선 안 될 일이다. 정권 차원의 업적을 남기려는 생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뚜벅뚜벅 우리 페이스대로 나아가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