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관광에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다. '먹방투어' 등 최근 지역 먹거리 관광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의 먹거리'는 풍요로운 바다와 들판에서 나오는 다양하면서도 신선하고 청정한 식재료와 '섬'이라는 특성이 담겨 타 지역에는 없는 특별한 맛과 풍미가 있다.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 7대 향토음식'의 유래와 변천과정 등을 7회에 걸쳐 소개한다.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한 여름 무더위가 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갈칫국은 '가을 갈치에 가을 호박이 최고로 맛있다'는 말처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제철 재료가 들어간 음식으로 꼽힌다.
7월부터 11월까지 제주 바다에는 '물 만난 녀석'이 있다. 어둠이 낮게 깔린 제주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불빛을 쫓아 몰려드는 갈치다.
갈치와 우리와의 인연은 꽤나 오래됐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형이자 성리학자·생물학자인 정약전(1758~1816년)이 집필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관련 서적 '자산어보'에도 갈치가 있다.
자산어보는 '군대어(裙帶魚)의 속명은 갈치어다. 생김새는 긴칼과 같으며 큰 놈은 길이가 8~9자나 된다. 이빨이 견고하며 조밀하게 나와 있다. 꽁치와 같은 종류인데, 몸이 약간 납작할 뿐이다'라고 갈치에 대해 설명했다.
갈치는 은갈치와 먹갈치로 구분된다. 사실 똑같은 갈치인데 잡는 방법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제주 은갈치는 채낚기 어선으로 한마리 한마리 낚아 올렸기에 '은분'이 그대로 살아있어 은갈치가 된 것이고, 목포에서는 대형그물로 한꺼번에 낚아 올렸기에 갈치끼리 서로 부딪친 탓에 '은분'이 벗겨져 마치 먹으로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은갈치를 더 쳐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살오르고 탱탱한 제주 은갈치는 구이와 조림, 회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제주의 토속적인 매력을 가장 깊게 간직하고 있는 요리가 '갈치국'이다.
갈치는 흰살생선임에도 지방이 많아 싱싱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갈치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제주는 바다와 가까워 손쉽게 싱싱한 갈치를 공수할 수 있어 국을 끓여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갈칫국은 제주 음식의 특징인 '간단한 조리법'이 두드러지는 음식인 만큼 재료의 신선도에서 맛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끓는 물에 큼직큼직하게 썬 늙은 호박을 넣어 익힌 후 토막 낸 갈치와 얼갈이배추를 차례로 넣고 간을 해 끓이면 갈칫국이 완성된다. 간도 조선간장과 소금 정도가 전부다.
여기에 매운고추를 넣으면 갈치의 비린 맛을 마지막까지 잡으면서 특유의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제주 향토 음식점을 방문하더라도 비린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칫국을 주문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한번 '용기'를 낸다면 제주 은갈치의 또 다른 맛을 한껏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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